경실련, 의료비 폭탄 막기 위해 ‘모든 비급여’ 보고 필요

의협, 비급여 제도 붕괴는 필수의료 몰락보다 의료시스템에 더 치명적

헬스케어입력 :2023/01/27 05:00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비급여 보고제도(모든 의료기관이 비급여의 항목·기준·금액·진료내역 등을 주기적으로 복지부에 보고하는 제도)와 관련해 모든 비급여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2020년 12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비급여 보고제도’의 시행을 위해 하위법령에 위임된 세부사항을 규정한 고시 개정안이다.

경실련은 비급여 보고제도는 고시개정으로 2021년 7월부터 실행예정이었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1년 6개월 도입이 지체됐고 내용도 대폭 후퇴됐다며, 비급여는 가격과 횟수의 통제가 없는 진료로 환자는 의료인의 지시나 권유로 받게 되지만 근거를 알 수 없는 비용을 선택의 여지도 없이 지불하게 돼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이번 개정 고시와 관련해 경실련은 ▲모든 비급여로 보고대상 항목 확대 ▲보고 자료 1년 치로 확대 ▲의원도 병원과 같이 연 2회 자료제출 ▲미보고 의료기관의 명단 공개를 의무화 등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출처=보건복지부)

우선 보고대상 항목을 확대와 관련해 행정예고안은 기존 비급여 공개항목인 672개에 약 600여개 항목을 더해 총 1천212개를 보고하도록 했으나 비급여 전체에 대한 통제는 여전히 어렵고, 정부가 전체 비급여 규모의 약 90%로 추정하고 있으나 매년 새롭게 늘어나는 비급여를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기관이 모든 비급여에 대해 보고하지 않을 경우 정확한 비급여 진료 비중을 파악하기 어려워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서는 모든 비급여 항목을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출 자료의 기간 확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의원급은 3월 진료 내역을, 병원급은 3월과 9월분을 보고해 매년 1개월 또는 2개월치 자료 제출을 규정하고 있어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고 주장했다. 1~2개월분 자료제출로는 의료기관의 정확한 비급여 규모 파악이 어렵고 특정기간에 국한되면 자료가 왜곡돼 기존 표본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1년 전체인 12개월치 자료를 제출하도록 대상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 횟수의 확대도 주장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연 1회, 병원급은 연 2회 보고하도록 했으나 자료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국민들과의 접촉 빈도가 높고 오남용 발생 비중이 높은 의원급에 대한 관리사각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경실련은 의원과 병원의 구분 없이 연 2회 자료를 제출하도록 해 의료기관 간 정확한 자료가 조사 및 공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료 미보고 의료기관의 명단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복지부장관이 비급여 자료 미제출 기관 명단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으나 임의조항으로 실효성이 낮다며, 제도 위반 시 의료기관에 부과하는 과태료는 100만원~200만 원 수준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고, 과태료를 물더라도 법위반의 실익이 크다면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위험이 높아 미보고 기관 공개를 의무화해 국민의 선택권을 높이고 제도운영의 안정성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비롯한 의료계는 초법적인 비급여 보고제도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의료법 위임의 한계 일탈 및 환자 민감정보의 심각한 침해라는 주장이다.

의협은 그간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쳐 코로나19 감염병 재난 사태를 극복하는 것이 시급해 비급여 보고제도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협의를 통해 진행하자고 제안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통제정책을 강행했다며 복지부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서울 이촌동 소재 대한의사협회

복지부가 감염병 위기상황 대처에 전념하자는 의료계의 제안을 무시하고, 비급여 정책과 관련한 의료법 제45조의2 등 위헌확인(2021헌마374, 2021헌마743 등) 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비급여 고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상위법령인 의료법 제45조의2와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 제1항에는 ‘의료이용 구분에 관한 내용’을 보고해야 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이번 행정예고를 통해 환자의 생년, 성별, 입원, 내원, 퇴원일자, 진료과목 코드 등 ‘의료이용 구분에 관한 내용’을 보고토록 하는 것은 명백히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항목, 기준, 금액 등 비급여 진료비용의 보고 내역과 무관한 생년, 성별 등의 사항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국가 정책의 명분으로 환자 개인의 정보를 얼마든지 침해할 수 있다는 것과 진배없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계는 환자의 진료정보를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고 치료과정 일련의 정보 누설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 직업윤리에 반하는 정책을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비급여 제도는 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 전 국민과 모든 의료기관을 강제로 편입시켜 저수가-저급여로 시작한 우리나라 의료수준이 지금의 의료선진국으로 오기까지 중대한 기여를 해왔음에도 이러한 순기능적인 측면은 무시한 채 비급여를 마치 비리와 사회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비급여 제도의 붕괴는 최근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필수의료의 몰락보다 더 치명적인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