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얼라이언스에서 회원사들이 각국의 규제, 정책이나 기술지원 등에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해 불필요한 비용 지출 없이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신뢰 커뮤니케이션 허브 역할을 하려 한다. 다른 사업자와 협력이 필요할 때에도 쉽게 연결될 수 있게 하는 것을 방향성으로 두고 있다."
이성미 코드 대표는 향후 사업 방향성에 대해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코드는 원화마켓을 운영 중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빗썸, 코인원, 코빗이 '트래블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21년 8월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되면서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이 거래될 경우 사업자가 송·수신인의 신원정보를 기록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이를 위해 빗썸이 영업과 대관을, 코인원이 개발을, 코빗이 솔루션 기획·설계를 맡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트래블룰 관련 법규가 본격 시행되는 지난해 3월을 전후해 코드는 솔루션 출시 및 코드를 도입한 사업자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다른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 업비트가 도입한 트래블룰 솔루션 '베리파이바스프'와 연동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송금이 제한되는 상황도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윽고 솔루션 간 연동도 마쳤다. 현재는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성미 대표는 이처럼 코드 트래블룰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상황에서 선임됐다. 이 대표는 코드 솔루션을 도입한 회원사들이 트래블룰 외에 규제를 비롯한 각종 애로사항을 서로 논의하고, 보다 편리하고 쉽게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회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정했다.
Q. 코드 대표를 맡기 전 했던 업무는?
"빗썸에서 사업협력실장을 맡았다. 가상자산거래소와 기존 금융 간 접점을 찾는 역할을 주로 했다. 증권사나 은행 앱에서 이용자가 보유한 가상자산과 시세를 증권사나 은행 앱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후 많은 거래소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Q. 대표로 선임된 배경은?
"코드 주주 3사가 합작법인을 설립한 목적은 분명했다. 사업자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만들어 트래블룰 솔루션 사용하면 모두가 편하게 규제를 준수할 수 있겠다는 차원이었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업자라는 판단 하에, 상근 조직이 필수라고 보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가상자산 규제 도입이 시작되던 2017년부터 업계에 있었고, 준법감시인, 자금세탁방지센터 실장, 사업실장도 경험했다. 산업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 대표로 선임됐다."
Q. 대표로 취임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한 달여간 코드에서 추진한 것들을 소개하자면?
"지난달 취임하고 사업자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많이들 궁금해하지만 듣기 어려운 내용들을 주제로, 전문가를 초빙해 관련 정보 교환하고, 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코드 홈페이지도 마련했다. 트래블룰 솔루션을 도입한 가상자산사업자 외 '어소시에이트 멤버'라는 회원사 분류도 만들었다. 대체불가토큰(NFT), 웹3 사업자들처럼 트래블룰을 준수할 의무는 없지만 코드 솔루션을 도입한 가상자산사업자들과 상생하고 시너지 낼 수 있는 사업자들이다. 상호 협력 접점을 만들어주고자 코드 얼라이언스 생태계를 공고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Q. 코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주목하는 내용은?
"코드는 결국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규제를 준수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인 회사다. 트래블룰 얼라이언스가 확대돼야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송금에 대한 규제를 준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가장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든 해외든 업계 규제가 명확치 않기 때문에 관련 정보 제공과 교육을 하려 한다.
가상자산사업자들이 트래블룰 솔루션 관련 통계 데이터를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고민하고 있다. 만들어둔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려 한다."
Q. 글로벌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강화할 계획인가.
"트래블룰 얼라이언스 확대 측면에서 보고 있다. 한국은 트래블룰 최초 시행 국가다.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 가이드라인을 법으로 준수하게 한 건 처음이다. 해외 업체도 관련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먼저 법제화되다 보니 우리나라 업체들이 경쟁력이 생겼다. 트래블룰 관련해선 해외가 우리나라를 따라오는 상황이 됐다. 해외 사업자들이 코드 솔루션을 도입하게 할 수 있는 경쟁력이 마련된 거다.
일본도 라이선스 제도를 쓰는 국가다 보니 트래블룰 솔루션이 쓰이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이 활발한 싱가폴 사업자들도 트래블룰 솔루션에 관심을 많이 갖고, 미국, 유럽 등도 마찬가지다. 앞장서서 규제를 준수하려는 사업자들과 계속 만나고 있다."
Q. 국내 점유율이 가장 큰 사업자인 업비트가 빠져 있는 데에서 오는 한계도 있을 것으로 본다.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업비트는 '베리파이바스프'를 사용 중이다. 코드 사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베리파이바스프를 도입한 사업자와 코드 도입 사업자 간 송금 체계 연동을 위한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사업자들이 송금 체계가 연동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예측할 수 있게 하고, 베리파이바스프나 코드 솔루션 중 어떤 걸 도입하더라도 가상자산사업자 전반에 연동되는 송금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개별 사업자 간 이런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
Q. 트래블룰 솔루션 업데이트 계획도 있나.
"보안, 안정성을 우선으로 하되 제재 대상 지갑 주소를 필터링해주는 '블랙리스트' 서비스도 고민 중이다. 이미 각 사업자들이 이런 리스트를 갖고는 있지만, 솔루션 차원에서 한 번 더 걸러주는 개념이다."
Q. 올해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규제 동향을 고려할 때 현재 법안 내용 중 수정되거나 보완됐으면 하는 내용이 있나.
"디지털자산법이 처음에는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 진흥 측면 두 가지 방향성을 갖고 출발했다. 그런데 지금은 투자자 보호에 많이 집중돼 있고, 건전한 산업 발전 위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덜해졌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발표된 가상자산 법안들은 이런 논의가 충분히 반영돼 있는 편이다. 국가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건전한 산업 발전을 위한 고민이 균형적으로 반영됐으면 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국내 시장은 외화가 원천적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구조인데,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기관투자자나 해외 투자가 많이 들어와야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해외 투자자가 진입하면 '김치프리미엄'도 사라질 수 있고, 외국 자본도 많이 유입될 수 있다."
Q. 합작법인 형태라는 점이 현재의 사업 방향성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나.
"보통 영리 측면에서 사업자들이 경쟁을 하지만, 규제 준수는 건전한 생태계에서 지속 가능하기 위한 협력이다. 경쟁사인 가상자산사업자들이 합작 법인으로 규제 준수 솔루션 만든 건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서로 논의하고 정책 고도화에 기여하다 보니 궁극적으로 산업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