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의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는 여전히 높은 시장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년간 호황을 보이던 반도체 업계는 작년 하반기부터 출하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노트북, TV, 가전제품의 수요가 줄어들자 해당 세트 제품에 공급되는 반도체의 주문이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주문량이 감소하자, 파운드리 팹 가동률도 내려갔다. 지난 2년간 100%였던 팹 가동률은 작년 하반기 80~90%대로 줄어들었고 올 상반기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
반면 차량용 반도체는 여전히 높은 수요로 인해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종합반도체업체(IDM)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2021년부터 파운드리 외주생산(아웃소싱) 물량을 늘렸고,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차량용 반도체에 웨이퍼 할당량을 늘린 상태다.
TSMC는 지난 12일 실적 발표에서 "차량용 반도체는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여전히 차량용 칩 고객사에 충분한 웨이퍼를 100% 할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TSMC는 4분기 실적에서 자동차와 고성능컴퓨팅(HPC) 매출만 전 분기보다 각각 10%씩 증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생활가전(DCE) 매출은 전분기 보다 23%, 사물인터넷(IoT)은 11%, 스마트폰은 4% 감소하며 전반적으로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TSMC는 작년 연간 매출에서 자동차가 전년보다 74% 증가하며 가장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 밖에 HPC 59%, IoT 47%, 스마트폰 28%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TSMC의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으로 미비하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도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 강세를 언급했다. UMC는 지난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부문은 2022년에 전년 대비 82% 증가해 현재 전체 매출의 약 9%를 차지하며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독일 인피니언은 지난달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차량용 반도체 매출이 매분기 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피니언의 작년 4분기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19억3400만 유로(2조5771억원)로 전 분기 보다 14% 증가했고, 전년과 비교하면 5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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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TSMC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에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팹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TSMC가 자국 내 팹 건설 시 세제혜택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2024년 이전에 완전히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