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당국이 지난해 착수한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방지법’ 위반 여부 사실조사 결과에 새해 플랫폼·콘텐츠 업계 이목이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는 올해 2~3월 경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실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방통위가 제재안을 내놓을 경우 앱마켓 사업자들의 행정소송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번 이슈가 법정 공방으로 번질 경우 법원의 판단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은 “한국이 만든 법대로 했으니 문제 없다”는 구글과, “현행법과 입법 취지를 무시한 꼼수”라는 우리 정부의 치열한 갑론을박이 격화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독과점 앱마켓 수수료 횡포 막으려던 '인앱결제 방지법' 무용지물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5월 실태점검을 통해 구글·애플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해 인앱결제 방지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판단, 8월부터 사실조사로 전환해 위법성 여부를 검토해 왔다.
인앱결제 방지법이란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 안전 등 불가피한 사유 외에는 앱마켓 운영사에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말한다. 2021년 8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같은 해 9월14일부터 시행됐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독과점 앱마켓 사업자들이 인앱결제 강제를 통해 최대 3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취해 앱 개발사는 물론 콘텐츠 창작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뺏는다는 비판에서 비롯된 법이다. 앱 마켓 사업자의 수수료 징수 행태를 법으로 규제하는 세계 첫 사례라는 점에서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자 구글은 이듬해 4월 인앱결제를 사실상 강제하면서 ‘앱 내 제3자 결제 방식’을 함께 제공, 국내법을 따르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앱 개발사들이 안내한 외부결제(PC·모바일웹) 연결 링크를 차단시켜 법 위반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마켓 내 앱 퇴출’이란 겁박도 했다.
더불어 구글은 앱 내 제3자결제 선택지를 줬지만 인앱결제 대비 불과 4%p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전자결제대행(PG)사 등 별도 수수료를 더할 경우 인앱결제 보다 부담이 더 커지도록 설계해 국내법을 사실상 무력화 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나아가 지난해 5월 카카오의 ‘카카오톡’ 새 버전 업데이트가 구글의 앱 심사 거절로 중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글의 횡포는 대중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카카오가 이모티콘 등 기존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웹링크를 추가하자, 구글이 정책 위반 사유로 업데이트 심사를 반려한 것에 공분이 일었다. 이는 방통위가 앱마켓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방지법 준수 여부에 대한 실태점검과 사실조사에 나서도록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측은 “구글은 제3자결제를 허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외부 결제를 불허하고 구글 자사 결제 시스템 내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은 맞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인앱결제 방지법) 시행령에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방통위가 현 시행령으로도 구글·애플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앱마켓 수수료가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내 개발사와 인터넷 기업들이 구글과 애플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권력 관계가 문제다. 그래서 인앱결제 방지법이 발의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 "법대로 했다" vs 정부·국회 "인앱결제 강제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구글은 기존의 자체 인앱결제와 별도로 인앱결제 시스템 내에 제3자 결제방식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상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국회는 구글이 국내법을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했다면서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 시스템 서비스 제공 주체만 달리했을 뿐, 앱 내에서만 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정책상 외부결제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앱마켓 업데이트 승인을 받도록 했으니 인앱결제 강제와 다를바 없다는 설명이다. 실질적으로 앱마켓 사업자들이 정한 결제수단을 따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위법이란 논리다.
아직 방통위의 사실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할 순 없지만 구글이 국내법을 교묘히 악용했다는 면에서 그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계는 구글 등에 제재가 내려질 경우 사업자들의 행정소송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 때 법원이 명문화된 법 규정대로 판단하면 구글에게 유리할 수 있고, 구글 등 독과점 앱마켓 사업자의 과도한 수수료 정책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우리 정부에 승산이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담당자는 “현재 사실조사 중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란다”며 “열심히 조사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여론은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에 불리..."법정 공방 시 예측 불허"
국내 여론과 분위기를 보면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에게 불리한 모양새다. 미국 앱공정성연대(CFA)가 방통위 사실조사에 지지의 뜻을 밝혔고,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이 구글을 상대로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청구·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서다.
출판협회는 구글이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한 인앱결제 정책으로 출판업계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정부는 최근 ‘혁신과 공정의 디지털 플랫폼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앱마켓 경쟁을 활성화 하고,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보완하기로 했다. 이를 근거로 앱마켓 운영 실태를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인앱결제 방지법이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과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방통위 사실조사 결과가 나와도 당장 올해 속 시원한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실(국민의힘) 측은 “규제당국이 인앱결제 방지법 시행령을 만들 때 구글이 피해갈 거라 생각하지 못하고 촘촘하게 그물을 짜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면서 “(행정소송까지 간다면) 미국의 경우 입법 정신의 위반되는지 등을 법 소송에서 다투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법 체계가 달라 (미국처럼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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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애당초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들의 과한 수수료가 문제였다면 입법 당시 이 부분을 법에 명문화 하는 방법은 전혀 불가능했냐는 질문에는 “(그럴 경우) 세계무역기구 서비스무역협정과 양국의 서비스 기업을 차별 대우하지 않도록 하는 FTA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어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3자 결제를 허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던 것”이라며 “앱마켓에 과도한 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이번 국회 때 추가 법안 발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종합하면 ▲연초 방통위의 사실조사 결과 발표 ▲과징금 등 제재안이 나올 경우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들의 행정소송 제기 ▲법원의 법률적 해석과 판단 ▲방통위 패소 시 독과점 앱마켓 사업자에 대한 추가 규제 논의와 입법 발의 등의 수순이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대형 앱마켓 사업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국회의 추가 입법 발의가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