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우리, 국민 등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본격 인력 감축에 나섰다. 희망퇴직 대상이 1980년대생까지 내려가면서, 올 초에만 수천 명의 직원들이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은행들은 점포 수를 점차 줄여나가는 한편 호실적을 바탕으로 희망퇴직 보상안을 확대하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대상은 1967년~1972년생으로, 만 50~55세다. 퇴직자에겐 특별퇴직금(23∼35개월 치 월평균 급여)과 학기당 350만원의 학자금,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등도 제공한다.
앞서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도 희망퇴직 절차를 시작했다. 5대 은행 중 가장 먼저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한 NH농협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NH농협은행의 특별 퇴직금은 월평균 임금 20개월~39개월 치로, 직전해(20개월~28개월)와 비교하면 규모가 확대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관리자급에선 1974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책임자와 행원급에선 각각 1977년, 1980년 이전 출생자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가 진행됐다.
1967년생의 경우 월평균 임금 24개월 치를, 나머지는 36개월 치를 특별 퇴직금으로 주기로 했다. 이 밖에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 최대 33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권, 300만원 상당 여행상품권 등도 지원할 방침이다.
신한·하나은행도 이달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엔 1월 3일부터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매년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2000명여명의 은행원이 짐을 싼 만큼, 올해도 2000명이 훌쩍 넘는 직원들이 은행을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원들 사이에서도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은 어차피 퇴사를 준비 중이라면, 은행들이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보상안을 확대할 때 퇴직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렸던 은행원들의 희망퇴직 신청이 이어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확대된 보상안 규모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두며 실적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반은행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2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은행권이 이같은 이익을 바탕으로 희망퇴직 보상안을 대폭 키우며 인력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 주요 은행들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영업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오프라인 영업점을 줄이는 한편,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영업 점포(지점+출장소)는 4129개로 지난 2021년(4302개)과 비교해 173개가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 시작된 2020년 12월 말과 비교하면 5대 은행 영업점포 수는 2년 사이 410개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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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디지털 혁신에 집중하면서 비대면 영업 점포의 필요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고객들이 상품에 가입할 때나 대출할 때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보니 점포를 줄이고 인력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