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세포의 물귀신 작전...주변 조직 재생 가로막는다

국제 연구진, 노화세포가 주변 조직 환경에 영향 미쳐 재생 방해하는 기전 밝혀

과학입력 :2022/12/23 11:15    수정: 2022/12/23 16:16

젊은 때엔 재생 능력이 좋아 상처가 나거나 장기가 손상을 입어도 곧 회복하지만, 나이 들수록 이런 기능은 약해진다. 끊임없이 분열하며 활동하던 세포는 나이를 먹거나 손상을 입음에 따라 분열을 멈추는 '노화' 상태에 들어선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공동 연구팀은 노화세포가 주변 조직에 영향을 미쳐 장기 재생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밝혀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최근 공개했다. 장기 재생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부상당한 쥐의 근육(오른쪽)에는 푸른 빛으로 염색된 노화세포가 훨씬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폼페우파브라대학)

여러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줄기세포는 조직 내 세포 주변의 미세환경을 구성하는 '틈새(niche)'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서 주변 세포들이 줄기세포와 상호작용하며 이들을 활성화해 조직 재생을 촉진한다.

연구진은 쥐 골격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과정에서 노화 세포가 하는 역할을 규명했다. 근육에 손상을 입거나 나이가 들면 산화 스트레스나 DNA 손상이 일어나 세포노화를 유발함을 관찰했다.

이들 노화세포는 틈새 주변 근육 세포의 재생을 방해했다. 노화세포는 염증을 일으키고 조직 섬유화를 일으키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들이 줄기세포에 작용해 줄기세포의 확산을 막고 재생을 가로막았다. 또 지질을 운반하는 CD 36이라는 유전자가 염증 물질 분비에 관여한다는 점도 밝혔다.

유전자 조작이나 약물을 이용해 노화세포를 조직에서 제거하자 근육의 재생 능력이 개선됐다. 이런 현상은 늙은 쥐뿐 아니라 젊은 쥐에게서도 나타났다. 젊은 쥐 역시 줄기세포 염증이 줄어들면서 재생 기능이 좋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노화세포가 주변 조직에 미치는 영향 (자료=네이처)

노화세포는 본래 세포의 종류와 기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염증과 섬유증이라는 두 가지 핵심 특성을 공통적으로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고 손상이 쌓이면 세포에 염증 반응이 늘어나는데, 노화세포는 젊은 개체의 조직에서도 노화가 일어났을 때와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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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향후 노화세포를 제거하거나, CD 36 같이 관련 물질을 분비하는 유전자를 겨냥한 치료법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손상된 근육의 회복이나 재생 의학 연구에 활용 가능하다.

안토니오 델 솔 룩셈부르크 시스템바이오의학센터 교수는 "상처를 입은 후 일부 근육 세포는 노화해 마치 나이 든 개체의 신체 부분과 같은 미세 환경을 만들어내는 '노화염증(inflammaging)' 상태가 된다"라며 "이에 따라 줄기세포 기능이 저하되고 조직 재건에 장애가 생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