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중 안전을 위해 급정거할 수도 있습니다."
22일 오전 10시 10분께 국립고궁박물관 정거장 앞에는 흰색 버스가 서 있다. 겉보기에는 일반 버스와 다름없는 이 버스는 스스로 정류장을 오간다. 안전을 위해 버스 기사가 운전석에 앉아 있지만 자율주행 기능을 켜는 순간 방향 지시등 점등부터 각 정류장까지 자동으로 움직인다.
버스는 승객이 탑승한 뒤 운전대를 스스로 움직였다. 기사는 승객들에게 자율주행임을 확인시켜주듯 두 손을 위로 들어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은 모습을 확인해 보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국 최초로 시내버스와 동일한 규격의 대형전기 자율주행버스 2대가 이날 오후 2시부터 청와대 주변에서 정기 운행을 시작한다. 이 버스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버스는 경복궁역(효자로입구)에서 출발한다. 총 5개 정류소 중 4개 정류소는 기존 도심순환 01번 버스와 동일하다. 운행시간은 평일 9시부터 오후 5시이며 점심시간인 오후 12시~13시와 토요일, 공휴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그간 대형전기 자율주행버스는 일부지역에서 특정기간 시범운행을 시행한 사례는 있으나 정기 운행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자율주행버스는 사실상 자율주행 '레벨 4'에 분류되는 단계다. 차가 스스로 복잡한 도심안에서 길을 찾고 자동차와 사람을 피해 도로를 달린다. 특히 약 2.6km 거리로 지정된 운행 구간 중 한 곳은 자전거 도로가 일반 도로에 포함돼 있어 길이 매우 좁다.
청와대 자율주행 버스 시스템은 차량사물통신(V2X)을 이용해 서울시와 연계한 신호교차로에서 교통 정보를 송신한다. 운행 중 교통 인프라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신호등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판단해 주행이나 정차에 용이하다.
청와대 자율주행버스는 청와대 입구를 진입하면서 차도와 자전거 도로가 인접한 좁은 도로로 거침없이 밀고 들어갔다. 차량의 센서가 V2X와 연계해 좁은 도로도 무리 없이 지날 수 있게 설정됐기 때문이다.
버스 연구를 담당한 관계자는 “일부 구간은 양쪽 차선을 한꺼번에 물고 들어가야 지날 수 있는 좁은 구간인데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진입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율주행버스는 우측 방향지시등을 점등하고 신호에 따라 우회전을 하는 등 사람의 손이 필요한 부분 없이 스스로 주행한다. 운행하는 동안 차량 중간에 배치된 전광판으로 현재 위치와 자율주행이 켜져있다는 표시와 함께 주변 차량을 인식하고 있는 화면도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운행 중인 구간에서 도로가 잦은 변경을 할 경우 위험 상황에 따라 자율주행을 전환해 버스 기사가 직접 운전을 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단계가 고등단계로 진입했지만 여전히 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는 느리다.
급정거도 있었다. 버스는 계속해서 안전을 위해 급정거할 수 있다는 알림을 고지했다. 실제로 옆차선에서 차선 변경을 하거나 앞에 차가 있으면 급정거를 여러차례 하기도 했다. 승객이 서 있거나 내리려는 도중이라면 넘어질 수도 있을 법한 상황도 보였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혹시나 있을 차량 사고와 관련해 “만약 운행 중 사고가 날 경우 차와 차는 차대차 보험 처리로 진행되고 승객이 다칠 경우 승객 보험이 들려 있어 보장받을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 뒀다”고 말했다.
연구를 담당한 서울대학교 차량동력학 및 제어 연구실은 고속도조 자율주행과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기능을 개발로 출발했다. 최근에는 시내 도로나 더 많은 환경에서 개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조아라 서울대학교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 연구원은 “사실상 고속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은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시내나 악조건인 환경에서 더욱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고 어느 정도 완성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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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자율주행버스는 앞으로 1년간 운영하면서 안정성과 관련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는 입석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현재는 19개 좌석에 안전벨트를 착용해야만 탑승이 허용되는 상황이다”며 “앞으로 1년동안 운영하면서 공사중인 구간이 끝나고 나면 보강할지 입석할지 정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