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를 비롯해 학계가 추가보상권을 도입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이미 콘텐츠사업자(CP) 등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며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데 저작자에까지 의무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면 이중 지급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미디어 플랫폼 저작권 대책연대와 한국OTT포럼이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영상콘텐츠 저작 추가보상권 도입 논의의 문제점이 부각됐다.
이날 토론회는 김용희 동국대 교수와 이규호 중앙대 교수가 발제를 진행하고,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재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과 국민의힘 성일종, 이용호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유 의원과 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영상물 저작자가 콘텐츠 제공업자(Contents Provider, CP)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CP가 OTT 등과 영상물 판매 계약을 맺은 경우에도 저작자가 OTT에 별도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저작자의 수익 보장 문제는 지난해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에서 촉발됐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8부작에 약 200억~2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하고, 1조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을 제작하며 저작권 독점 방식을 택했다. 이에 시리즈는 크게 흥행했지만 제작진에게는 수익에 따른 보상이 아닌 넷플릭스 측이 감사의 의미로 지급한 보너스 등만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유럽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과 같이 세계적인 흥행을 했음에도 특약이 없을 시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영상제작사 등에 비해 저작자의 협상력이나 정보가 부족함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역시 영상저작물 저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필요성 공감하나 논의 부족했던 것 같다"
김용희 교수는 개정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법안 발의 과정에서 논의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논의의 주체가 플랫폼이 아닌 제작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의 경우에도 제작사와 창작자 사이의 분쟁으로 주로 다뤄진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는 제작사는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에 유통해 수익을 큰 폭으로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창작자가 기대 수익을 나눠 갖고 싶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있었다"며 "국내의 경우 이것을 플랫폼에게 달라고 하는 내용이 있어 왜 논의의 주체가 제작사가 아닌 플랫폼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고 말했다.
법안 내용이 입법 취지와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보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창작자의 범위가 큰 폭으로 넓어진다. 지나치게 많은 창작자들이 보상을 주장하게 된다면 제작자와 투자자, 플랫폼 입장에서는 투자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결국 영상 콘텐츠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규호 교수는 세 법안 모두 영상저작물이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해 영상제작자가 그 영상저작물의 저작자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보상금지급청구권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렇게 된다면 영상제작자 입장에서는 창작자인 감독 등을 직원으로 채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창의적인 분위기를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연출자와 각본가 등의 창작활동이 업무상 저작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인 등이 저작자가 돼 연출자, 각본가, 법인 등이 동시에 저작자가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플랫폼에게 의무 부과하며 금액은 정의 안 해…위헌적인 법안"
국내 콘텐츠 업계는 같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안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도 공고히 했다.
구창훈 KBS 지식재산부 팀장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법안인데 부담해야 할 금액은 정의하지 않고 있다"며 "위헌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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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팀장은 "흥행 수익을 크게 냈으면 수익을 낸 사람에게 그 부분에 대한 이익을 나눠주라고 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것 같다"며 "저작권료를 이미 지불하고 사업을 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 흥행 수익과 무관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왜 추가적인 보상을 지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팀장은 보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보상 주체와 적절성 등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권리자와 이용자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권리자측 의견과 이용자측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이 있다"며 "지금은 이를 봉합하는 게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