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코인 '위믹스(WEMIX)'를 상장 폐지하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발행사 위메이드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장 폐지 사유와 과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구체적 해명을 요구하면서, 거래소의 코인 심사 행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상장 폐지는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논의에 따라 결정됐다. 회원사 중 위믹스가 상장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 모두 동의함에 따른 결정이다.
DAXA가 이처럼 상장된 코인에 대해 공동 조치에 나선 것은 지난 5월 테라-루나 폭락 당시 거래소별 대응이 달라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거래소들은 국회의 이런 지적을 수용해 후속 조치 일환으로 DAXA를 결성했다. 그러나 시장 혼란을 줄이고자 공동 논의를 개시한 것이 화를 부른 상황이다.
위믹스 상폐의 타당성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단 위메이드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이번 사태의 향방은 법원이 결정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향후 이런 갈등을 방지하고 가상자산 거래소가 보다 안정적으로 코인 상장 및 폐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운영 규정을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공동 대응 단체의 법적 근거도 빠른 시일 내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차례 소명 기회 부여"vs"불친절한 발표에 투자자만 피해"
지난달 27일 고팍스를 제외한 DAXA 소속 거래소들은 공동 논의 후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위믹스 측이 제출한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 간 차이가 있었고, 이런 부분을 투자자에게 적시에,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다.
거래소들은 구체적인 유통량 수치 오류에 대해선 공지하지 않았다. 자세한 내막은 위믹스 측 입장문에서 밝혀졌다. 재단에서 추가 발행해 코인 담보 대출, 콜드월렛 보관 등으로 처리한 물량 약 7천만개가 유통량에 반영되지 않아 차이가 발생했다.
DAXA는 이후 총 4주간의 검토를 거쳐 지난 24일 위믹스 거래 지원 종료를 발표했다. DAXA 논의 결과 초과 유통량 규모가 과다했고, 투자자들에게 각종 채널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으며 소명 차원에서 제출한 자료에서도 오류가 발견된 점을 사유로 안내했다.
위믹스 측은 절차적 정당성과 사유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다며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장 폐지라는 영향력 큰 결정을 하기 위해선 거래소가 요구하는 어떤 기준을 위반했고, 어떤 소명 자료가 결과적으로 문제가 된건지 위메이드 측에 안내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근거 제시 없이 상폐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위믹스 투자자들의 금전 피해를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위믹스가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기 전인 27일 기준 위메이드의 시가총액은 약 1조 9천억원이었지만, 28일 기준 1조 1천49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위믹스도 같은 기준 시가총액이 약 7천700억원에서 1천300억원 가량이 됐다. DAXA의 투자 유의 종목 지정 및 상장 폐지 결정으로 1조 4천억원 가량의 투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반면 거래소들은 유의 기간을 4주나 두는 등 투자자들이 숙고할 기간을 뒀다며 맞서고 있다. DAXA 차원에선 16차례 소명 자료를 받았으나, 재단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위메이드가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밝히라는 재반박문을 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코인 재단이 '상장·폐지' 예측 가능해져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업계에선 거래소가 상장 또는 상장 폐지 관련 규정에 대해서는 코인 프로젝트들이 예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거래소들이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두고는 있다. 그러나 이런 기준에 맞춰 상장을 신청하더라도 이유도 모른 채 상장이 반려되거나, 특정 코인이 짚이는 점 없이 신속히 상장되는 것에 대한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런 점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금전적 대가를 받고 코인을 상장했다는 '상장피' 의혹에 늘상 시달려왔다.
이런 의혹들을 불식하고, 문제적 코인을 상장 폐지할 때마다 법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주관적으로 상장 폐지가 이뤄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DAXA 권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DAXA가 어떤 기준에 따라 코인 재단에 시정 요구를 했고, 재단의 협조 상황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 공개를 하는 체계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DAXA에 거래소별로 한 두 명씩이 코인에 대한 상폐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건데, 이 몇 명이 조 단위 투자금이 날아가는 결정을 할 수도 있는 권력을 지닌 것"이라며 "특정 회사 소속 몇 명이 한 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취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 보호 요구에 출범한 DAXA, 담합 의혹 해소 숙제 됐다
위메이드는 거래소들이 공동으로 특정 코인에 대한 제재를 취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일종의 담합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제소할 방침이다.
거래소들이 처음부터 의기투합했던 것은 아니다. 테라-루나 폭락 당시 이 코인에 대한 입금 중단 여부를 두고 정책이 달라지면서, 거래소 간 코인 시세 차이가 발생했다. 국회가 이런 문제에 대해 압박함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공동 조치를 취하게 됐다. DAXA도 이 과정에서 생겨난 단체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출범한 단체가 투자자 피해를 유발했다는 지적을 듣게 된 셈이다.
향후 DAXA 결정이 담합이 아닌 투자자 보호 조치로 인정받고,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법적 지위를 획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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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열 프로비트 이사는 "금융권은 법정단체가 발표한 내용이 업계 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DAXA가 법적으로 권한을 위임받은 단체 자격이 없어 이런 논란도 불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DAXA가 만들어진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고, 자율규제 단체로서 걸음마를 하는 단계"라며 "여기에 왜 빈 틈이 생기냐, 삐걱거리냐는 비판을 하기엔 가상자산 업계는 전례 없던 사태들을 겪어가며 제도적 발판을 다져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