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은행은 없었다. 이것은 은행인가 LP룸인가.'
서울 마포 서교동 무신사 테라스 라운지에 위치한 우리은행 팝업스토어 '원 레코드(WON Record)'를 둘러보면서 느낀 소감입니다. 이곳은 제가 소개해드린 은행 중에 가장 은행답지 않습니다. 디지털 기기나 로봇을 데려다 놓고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구현한 은행'이라는 강압에 가까운 어필을 하지 않습니다.
LP판과 LP플레이어, 자동화기기(ATM) 모습을 한 스티커 사진기로 배치된 원 레코드를 둘러보면 '은행이 이런 감성을 자극할 수도 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합니다. LP판 외에도 원 레코드의 캐릭터인 '지지직'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음표 모양을 본따 만든 캐릭터와 캐릭터를 잘 배치한 메모장과 스티커는 MZ세대들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와 '폰꾸(폰 꾸미기)' 욕구를 자극합니다.
왜 우리은행은 은행답지 않은 은행으로 MZ세대와 소통에 나섰을까요. 이와 관련해 팝업스토어를 기획한 우리은행 정철 채널전략부 차장은 "은행같지 않은 은행을 만드는데 최대한 집중했다"며 "은행과 젊은 세대들의 소통을 위해서 금융서비스보다는 그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또 음악이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로 대화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정 차장은 "직접 이원덕 은행장님도 둘러보고 갔는데 잘 했다고 한 마디 하고 가셨다"고 부연했습니다.
MZ세대가 은행과 소통하는 주 채널이 영업점이 아닌 모바일로 옮겨 가면서, 전통 은행들은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들에게 접점을 빼앗기고 있지요. 이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 MZ세대들이 즐길 만한 콘텐츠, 서비스와 제휴하고 있지만 과도한 금융서비스 소개는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점이 있습니다. 이를 우리은행은 기민하게 캐치한 것입니다.
특히 배치된 LP판을 통해 우리은행의 가치와 소개, 금융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은행의 로고나 색깔과 같은 LP, 우리은행의 모바일 뱅킹 '원'에서 제공하는 운세나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LP들을 소개한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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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차장은 "음악 추천 업체로부터 LP를 추천받았으며 스토리를 녹이면서도 MZ세대에게도 소개할 수 있는 음악을 배치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며 "팝업스토어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우리은행 팝업스토어는 12월 18일까지 운영된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를 소개합니다'의 새로운 코너 '우리동네 은행을 소개합니다(우동행)'를 시작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유행 이후부터 은행 지점을 찾는 발길이 서서히 끊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들도 이에 맞춰 지점을 줄이고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소외 계층이나 은행이 꼭 필요한 순간을 대비해 찾아오고 싶은 은행으로 지점을 바꾸고 있습니다. 고리타분한 은행을 벗어난 특별한 은행 지점을 탐방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