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스페인 정상 다녀간 삼성 평택캠퍼스, 경제 외교의 場으로 급부상

각국 반도체 공급망 확보 경쟁에 해외 VIP 필수 코스로 역할 톡톡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11/21 16:18    수정: 2022/11/21 17:23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첨단산업 기지는 물론 경제 외교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만 미국 등 해외 정상 3명이 잇따라 방문하는가 하면 공급망 위기 속에 우리 경제안보의 한 축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만나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 웨이퍼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예정인 3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웨이퍼다.(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미국·독일·스페인 대통령,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잇달아 방문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했다.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으며, 양국 정상이 기업의 사업장에서 만나는 일 또한 최초였다. 양국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 기술 공급망 협력을 맺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현장에서 직접 두 정상을 수행하며 최첨단 제조시설을 소개했다. 또 양국 대통령은 차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웨이퍼에도 서명도 남겼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몇 년간 반도체 공급부족 이슈로 자동차, 소비재 제품 생산이 지연되고,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것을 경험하면서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며 "한국과 첨단 산업과 반도체 공급망 회복에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왼쪽부터),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영부인,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이 5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독일대사관)

지난 5일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지난 17일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이 곳을 찾았다. 독일과 스페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은 것도 사상 처음이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산체스 총리는 각각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삼성전자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날 삼성전자에서는 경계현 대표이사와 파운드리사업부장인 최시영 사장 등이 참석해 사업장을 안내했다.

산체스 총리는 "삼성 평택 반도체 생산공장을 방문해 스페인의 반도체 공급망 등 전략을 설명했다"면서 "인텔, 퀄컴이 스페인의 잠재력을 인정하는 것처럼 (삼성전자도) 시장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스페인은 유럽이나 중남미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왼쪽부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레예스 마로토 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장관,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이 17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주한스페인대사관)

반도체 공급망 확보 중요…자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 유치 목표

최근 국가 정상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잇달아 방문한 배경에는 국가 경제안보로 급부상한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동맹을 강화하고,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국가 수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평택 캠퍼스는 D램·낸드플래시 등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와 초미세 위탁생산(파운드리)까지 전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다. 캠퍼스 크기는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메모리 1위 업체이자, 파운드리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특히 파운드리 시장에서 7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공정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술을 갖춘 기업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두 곳 뿐이다.

지난 3년간 자동차, 전자산업 전 분야에서는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제품 생산이 몇 개월 또는 1년 이상 지연되는 사태를 겪으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이런 이유로 각국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자국 내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미국은 지난 7월 2천800억 달러(약 365조원) 규모의 반도체와 과학법(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혜택을 내세워 자국 내 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로부터 세제혜택을 받고 17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해당 팹은 오는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향후 20년간 텍사스주 테일러시와 오스틴에 1천921억달러(약 252조원)를 투자해 추가로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TSMC 또한 미국으로부터 세제혜택을 받으면서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7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대 450억 유로(약 62조원)를 투자하는 'EU 반도체칩법(EU Chips Act)를 추진 중이다. EU는 이 법을 통해 현재 9% 수준인 유럽 반도체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이같은 일환으로 지난 3월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약 23조6천억원)를 들여 첨단 반도체 공장을 2개를 짓기로 하고, 유럽연합(EU)과 독일은 70억 유로(약 9조7천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인텔은 프랑스에는 R&D 센터, 아일랜드에는 기존 생산시설을 증설할 계획이며, 지난 9월 45억 유로를 투자해 이탈리아에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테스트)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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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도 지난 5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120억유로(16조원)의 기금을 조성했으며 현재 자국 내 투자기업을 물색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페인의 시설 투자 유치에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럽 또한 자국 내 반도체 시설을 투자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라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첨단 시설 투자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 TSMC, 인텔이 강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