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흐르며 패턴 형성하는 액체금속 개발

한국연구재단, "웨어러블 기기 등 플렉서블 소자 전극에 적용 기대"

스스로 회로 패턴을 따라 흐르며 코팅되는 액체금속이 개발됐다고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이 9일 밝혔다. 플렉서블 기기에 간단히 전극을 형성하는 기술에 활용이 기대된다.

액체금속은 액체처럼 흐르는 성질을 갖는 금속이다. 금속이라 전도성도 높아 유연 전자소재 분야에서 많이 연구된다. 대표적 액체금속인 수은은 독성이 강해, 갈륨계 액체금속이 대체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갈륨계 액체금속은 액체 상태 특유의 불안정성이 있고 표면장력도 높아 대먄적 코팅이나 패터닝을 하려면 외부에서 기계적·전기화학적 힘을 가해야 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구형준 교수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주희 수석연구원은 갈륨계 액체금속이 다른 금속과 합금을 형성하기 쉽고, 액체가 미세구조를 따라 흡수되는 침염 현상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 신속하고 재현성 있는 액체금속 코팅 및 패터닝 방법을 모색했다.

액체금속의 자발적인 젖음 현상. 구리가 증착된 미세구조가 있는 기판 위에서 시간에 따른 액체금속의 젖음 현상을 위에서 관찰한 사진이다. 액체금속이 마이크로 구조를 따라 수분 내에 빠르게 중심으로부터 가장자리로 퍼져나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자료=한국연구재단)

액체가 흡수될 수 있도록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원기둥이 배열된 기판을 제작해 그 위에 구리를 증착한 후, 액체금속 방울을 올려놓고 염산 증기에 노출시켰다. 그러자 액체금속이 외부의 힘 없이도 자발적으로 미세 마이크로 구조를 따라 빠르게 퍼지며 평평한 코팅 막을 형성했다.

연구팀은 액체금속의 침염 현상이 특정 조건에서 발현됨을 수학적으로 유도해 실험으로 뒷받침했다. 이러한 수치 해석을 통해 금속 표면의 액체금속 젖음 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개발된 코팅 공정으로 제작된 액체금속 전극은 안정적 전기전도도를 보여 신축 전극으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또 액체금속 박막의 두께와 퍼지는 패턴을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도 향후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향후 패턴을 새기기 위한 마이크로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광 공정도 필요 없도록 액체금속이 자발적·선택적으로 코팅되게끔 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재도약연구 및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