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는 최대한 비싸게 사서 싸게 팔자는 거다. 당연히 아직까지는 수익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기업에서 이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희는 지역사회 공헌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헬로비전은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증특례를 통해 지역채널 커머스를 시작했다. 지자체와 연계해 소상공인이 자신의 농수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방송을 통해 유통판로를 넓혀주는 식이다. 1년 4개월 동안 LG헬로비전이 지역채널 커머스를 통해 다룬 상품의 개수는 약 150개 정도. 참여한 지자체도 60여곳에 달한다.
LG헬로비전은 수익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채널 커머스에 뛰어든 이유로 지역사회 공헌을 꼽았다.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심중보 LG헬로비전 커머스사업담당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자로서, 지역사회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만큼 지역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 MD들이 현장에서 지역채널 커머스 노하우 전수
심 담당은 지역채널 커머스에 뛰어든 결정적인 계기로 코로나19를 꼽았다. 그동안 소상공인들은 주로 지역행사를 통해 농수산물을 판매해왔다. 코로나19로 대면 행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농수산물의 주된 판매 창구도 사라진 셈이다.
심 담당은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과 방송을 통해 농수산물 유통 판로를 개척하는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수료를 홈쇼핑의 절반 정도로 낮추고, 남는 금액도 생산자와 소비자에 돌려주는 식으로 지역채널 커머스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LG헬로비전은 평일 6시, 7시, 9시 20분 세 차례에 걸쳐 각각 1시간씩 지역채널 커머스를 편성했다.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에 걸쳐 방송을 진행한다. 판매 품목은 주로 소상공인의 농수산물이며 대용량으로 주로 판매하는 홈쇼핑과 달리 농수산물을 소량 판매하고, 적은 구성으로도 구매 가능한 게 특징이다.
지역채널 커머스를 꾸리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소상공인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부분이었다. LG헬로비전 MD들은 지역채널 커머스를 방송하기 전 직접 현장을 찾고 농민들과 상의하며 상품화하는 작업을 돕는다. 상품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부터 시작해 어떤 패키지에 넣어 어떻게 배송할 것인지까지 상품 판매의 전 과정에 참여한다.
심 담당은 "소상공인들은 지역채널 커머스가 낯설 수 있다"며 "최근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판매에 직접 뛰어드는 소상공인이 많은데 그분들이 다른 곳에서도 판매를 원활하게 진행하실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수하는 과정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양질의 농수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가치소비 확산하겠다"
현재 LG헬로비전은 적자를 감수하고 지역채널 커머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과의 상생을 모토로 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를 홈쇼핑 대비 절반 이하로 가져가는 등 소상공인의 농수산물을 비싸게 사서, 소비자에게 최대한 저렴하게 판매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심 담당은 "올해 지역채널 커머스의 핵심성과지표(KPI)도 취급고와 서비스 개선 등으로 설정했을 뿐 수익으로 잡지 않았다"며 "적자를 감수하고 계속 지역채널 커머스에 투자하고 있으며, 투자가 끝나면 어느정도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찾는 상품을 소싱하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심 담당은 고흥 양파와 강원도 고랭지 채소를 예로 들며 "무조건 잘 팔리는 상품을 찾겠다는 게 아니라 지역에 숨겨져 있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상품들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진행한 커머스 방송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지난해 진행한 해남 절임 배추 판매를 꼽았다. 심 담당은 "김장 시즌이지만 코로나19로 함께 모여서 김장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며 "절임배추와 김장속을 같이 팔았더니 폭발적으로 전화 주문이 와서 준비된 수량을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다 팔아버렸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LG헬로비전은 자체 커머스 브랜드인 '제철장터'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LG헬로비전은 지역방송 커머스는 물론 제철장터 온라인 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초를 목표로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하고 있다. 심 담당은 "시장에 굉장히 많은 식품커머스 사업자들이 있다"며 "멤버십 기능이나 쿠폰 적립 등을 추가해 식품 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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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소비를 확산시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심 담당은 "일반적인 커머스와 경쟁해 이기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비싸게 사서 싸게 팔고, 또 그 싸게 파는 상품이 그냥 어디서나 구할 수 있고 흔히 볼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양질의 제철 산지 직송 농산물인 그런 방송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지역과 협업한 우리의 상품을 출시해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