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제조사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전 회장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 굴기가 실패할 운명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지난 8월 낸시 팔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마크 리우 TSMC 회장,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함께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그는 꽤 무뚝뚝했고, 귀빈들은 약간 놀랐다”고 전했다.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지난 4월에도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제조를 늘리려고 하지만 심각한 인력 부족과 높은 인건비로 경쟁력이 없다”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는 시도는 값비싼, 헛된 시도가 될 것이다.”라고 비판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전 세계 반도체 칩 제조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2020년 12%로 줄어든 상태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게 5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키며,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지배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만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이 강화되면 대만의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를 미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최근 중국과 대만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TSMC에 의존하고 있는 전 세계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국도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딧 스위스 분석가들은 “전 세계가 대만의 반도체 칩 공장에 대한 접근 권한을 상실하면, 컴퓨터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도 칩 생산을 TSMC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애플은 베트남, 인도 등 중국 외 지역으로 제품 생산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칩 생산은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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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 국가안보 공급망 연구소 소장 브래드 마틴은 "반도체 생산의 독점은 불안정성을 초래한다"며, "미국이 경제를 보호하는 것과 대만을 방어하는 것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그것은 매우 냉혹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며, 미국의 반도체 굴기에 약간의 도움을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TSMC는 2024년 초부터 이 공장에서 칩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