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한 여론을 뒤집기 위해 자사 플랫폼을 활용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튜버와 유튜브 내 광고를 활용해 거짓 선동을 벌인다는 주장이다.
또한 구글이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망 이용대가 관련 입법 반대 광고를 노출시키며, 플랫폼이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 구글, 입법 반대 배너에 유튜버도 가세
21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망 이용대가 관련한 법안 7개가 계류 중이다. 법안이 발의된 배경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적 분쟁이 있는 만큼, 그동안 법안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지 않았다.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국회에서도 입법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여론이 바뀐 시점은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진행된 망 이용대가 법안 공청회다. 공청회 직후 구글은 본격적으로 망 이용대가 법안을 반대하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공식 블로그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며 인터넷사업자(ISP)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동시에 망 이용대가 입법 반대 청원을 독려하는 배너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유튜버들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입법 반대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유튜버들의 수익을 볼모로 잡고 입법 반대 흐름을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난드 부사장은 블로그 글에서 "입법이 강행될 경우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버들에게 영상 제작을 독려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독자 238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슈카월드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기획사에서도, MCN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유튜버들에게 망 이용대가 갈등에 대해 의견을 내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 SNS에 올라오는 입법 반대 청원
현재 오픈넷에서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 입법 반대를 촉구하는 청원을 받고 있다. 구글은 청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 적극적으로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유튜브 공식 SNS에는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유례없는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은 인터넷 생태계, 한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와 유튜브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구글은 해당 글을 광고해 망 이용대가 이슈를 모르는 SNS 이용자들도 청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출시켰다.
이처럼 구글이 여론을 움직인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교수는 지난 20일 한 세미나에서 "구글이 세계 각국의 규제와 입법에 영향을 미쳐 이익을 얻으려고 사람들을 부추겨 특정 의견을 주장하도록 만드는 초국가적 행동주의 전략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레이튼 교수에 따르면 구글은 2015년 인도에서 광고 시장 장악을 위해 여론조작을 통해 페이스북의 진출을 막았다. 당시 페이스북은 인도 통신업체들과 손잡고 페이스북에 가입하면 통신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구글은 인도 특정 집단을 움직여 페이스북이 인도에 진출하면 인터넷이 끝장난다는 여론을 만들었다. 레이튼 교수는 "넷플릭스도 미국과 유럽에서 화질을 일부러 낮춰 이용자들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를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 "구글 여론전, 이번이 처음 아냐" 주장
한편, 일각에서는 구글이 자신의 플랫폼 영향력을 활용해 입법 반대 청원 광고를 게재하는 등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콘텐츠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뉴스 알고리즘을 밝히는 등 정치적 중립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8월 진행한 업무보고를 통해 "포털뉴스 기사의 배열과 노출 기준을 검증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를 법적기구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업무 방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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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정보가 유통되고, 하나의 포털사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플랫폼이 정치적 행보를 보이면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구글이 홍보대행사 등을 동원해 댓글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