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진단하고 처방을 모색하기 위한 포럼을 발족했다.
한국무역협회(KITA·회장 구자열)는 17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무역산업포럼’을 발족하고 무역·투자 위기 극복을 위한 6대 목표, 20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국내 수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주제로 개최된 제1회 포럼에서는 급격히 악화하는 무역수지 적자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과 국내 경제정책의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포럼 발족사에서 “무역산업포럼을 무역·산업 분야 최고 논의의 장으로 발전시켜 경제계 정책 제언의 새로운 게이트웨이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최근 세계 각국의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실물경제가 침체하면서 우리 무역이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며 “수출경쟁력 강화와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뿌리 깊은 규제를 개선하고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이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건실한 수출기업이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의 정교한 정책과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수출은 올 8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증가한 4천675억 달러를 기록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세계경기 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화한 해외 요인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국가 간 통계비교가 가능한 7월로 국한하면 우리 수출은 14.6% 증가하며 독일(1.4%), 일본(0.2%)에 비해 선방했다. 특히 이탈리아(3천932억 달러)를 제치며 세계 수출국 순위도 지난해 7위에서 올해 6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수입은 올해 8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 증가한 4천926억 달러에 이르면서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13.5%)을 1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전체 수입에서 원유·천연가스·유연탄·나프타 등 4대 에너지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0.3%에서 올해 27.2%로 증가하면서 전체 수입증가의 핵심요인으로 대두됐다.
9월까지 우리나라 무역액은 1조787억 달러, 무역적자는 289억 달러가 발생했다.
무역협회는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우리의 지속적 수출 확대와 무역흑자 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에너지과소비 구조와 노동경직성 등을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혁파와 신산업육성, 그리고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세제개혁 등으로 강한 수출산업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책으로는 ▲노동유연성 제고 ▲규제·역차별 철폐 ▲수출산업 기반 강화 ▲해외 판로개척 지원 ▲과다 수입 유발 각종 정책/제도 개선 ▲기후변화·통상대응 강화 등 6대 목표, 20대 정책 과제를 제언했다.
세부 정책과제로는 주52시간제 보완, 파견·대체 근로 허용 등을 통한 노동유연성 확보, 제조업 외국인 인력수급제도 개선, 수도권 입지 규제 개선, 안전운임제 보완, 투자세액공제제도 개선 등 국내 수출산업의 기반을 강화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또 러·우 전쟁 후 복구사업이 필요한 동유럽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물론, 대규모 무역흑자로 풍부한 오일머니를 확보한 중동 산유국의 산업화 전략과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등 제3세대 신흥공업국의 산업화 정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기존과 중복되거나 과잉 기업규제·신산업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와 신산업창출, 수출기업의 디지털 전환(DX) 촉진, 낮은 전기요금 보완, 전기차 보급목표제 개선 등 수입을 유발하는 제도와 정책의 개선을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정만기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올해 무역은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과 러·우 사태 등 단기 요인에 주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올해 말 종식되고 러‧우 전쟁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해결된다 해도, 이러한 단기 요인 해소가 실물경제 정상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약 10개월 정도가 소요될 전망임을 감안해 고금리 영향으로 우량 수출기업이 파산되는 등의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수출기업 대출 상환 연장, 신용보증 확대, 저금리 적용 등 금융기관과 정부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준석 한국규제학회 회장은 “규제개혁은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과제로 한국의 낮은 생산성은 제도, 법, 규제에 기인한다”면서 “세계경제포럼(WEF),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연례 국제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등수가 가장 낮은 분야는 법, 규제, 제도에 관련된 분야”라고 제시했다. 양 회장은 “비효율적인 법과 규제, 중복규제와 덩어리 규제가 산적해 단순 규제 완화나 제거로는 개혁이 어렵다”면서 “규제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정부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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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최근 무역역조는 높은 에너지 가격에 상당 부분 기인하지만 구조적으로는 한-중 분업구조 역전에 따른 대중국 무역적자도 원인중 하나”라면서 “중국의 산업 발전에 따라 한-중 상호 산업분업 역할이 반전되며 우리 산업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과거 중국은 우리 중간재 최대 수요처로서 북미·유럽시장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했으나, 최근에는 중국이 중간재 수출국으로 올라서고 있다”면서 “한-중 산업분업 관계의 구조 변화 양상과 원인에 대한 진단 및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통상 질서가 기후변화·환경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 유지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국제 협약 프로젝트인 RE100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통상 질서가 구축되고 있다”면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감안한 한국만의 탄소중립 이행 추진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