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삼성 파운드리 DSP 연합, 설계인력 확충에 사활

[반도체가 미래다-2부] ⑨ 국가 파운드리 산업 경쟁력, DSP 생태계에 달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10/13 17:27    수정: 2022/10/18 23:40

반도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사회와 산업의 생명수이자 권력입니다. 모든 것을 움직이고 연결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멈추고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1960~1970년대 노동집약적인 우리 경제를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반도체가 이제 기술 패권 경쟁과 4차 산업혁명 속에 새로운 시대를 맞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반도체가 미래다' 시리즈를 3부에 걸쳐 연재합니다. 우리 수출 산업의 첨병을 넘어 경제 안보 자산으로 평가받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면밀히 짚어보고, 무엇을 준비하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1부: 세계는 반도체 전쟁

2부: 한국 반도체 신화는 계속된다

3부: 전문가에게 듣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엔지니어 인력을 흡수하거나 자체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설계 인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DSP 생태계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 'SAFE'…DSP 역할 중요

시스템반도체의 사업구조는 설계(팹리스), 디자인솔루션(DSP), 생산(파운드리), 조립 테스트사 단계로 구분된다. DSP 업체는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 공정에 맞게 디자인(레이아웃)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의 디자인하우스 파트너 업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 설계만 담당하고, TSMC의 디자인하우스 업체는 TSMC의 설계만 담당한다.

이런 이유로 각 파운드리 업체들은 DSP 파트너들을 선정해 파운드리 에코시스템 생태계를 조성에 힘쓰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가 디자인하우스 파트너사를 여러 개 확보할수록 팹리스 고객사 확보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어드반스드 파운드리 에코시스템(SAFE) 출범을 시작으로 매년 파운드리 파트너사를 늘려오고 있다. 그 결과 작년 기준으로 에이디테크놀로지, 코아시아, 가온칩스, 하나텍, 알파홀딩스, 아르고, 세솔반도체 등 국내 7개 업체를 포함해 총 13개 DSP 업체를 확보했다. 그러다 1년새 각 DSP 업체들간 인수합병이 진행되면서 올해 에이디테크놀로지, 코아시아, 가온칩스, 세미파이브, 알파홀딩스 등 국내 업체를 포함해 총 9개 DSP 업체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세미파이브가 하나텍, 세솔, 다심을 인수했고, 해외에서는 와이프로(인도)가 엑시무스(미국)를, 구딕스(중국)가 드림칩(독일)을 각각 인수했다.

표면적으로 삼성전자의 DSP 업체 수는 줄어들었으나, 각 업체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설계 엔지니어 수는 더 늘어난 셈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DSP 업체와 시너지를 통해 현재 100곳의 고객을 2026년까지 300곳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삼성전자 DSP 파트너사(사진=삼성전자 SAFE 캡처)

삼성전자 DSP, 인수합병·인력양성...엔지니어 인력 확충 나서

DSP 사업은 최근 반도체 설계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시스템온칩(SoC) 코어 설계 기술을 갖춘 인력 확보가 중요해졌다. 최근 국내외 팹리스들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14나노 이하 미세 공정으로 반도체를 설계하는 수가 많아지면서 고급 엔지니어를 보유한 DSP 업체가 과제를 수주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5나노 공정에서는 한 과제당 인력이 50명~100명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DSP 사업은 계약 주체에 따라 수주(턴키, Turnkey)와 용역(NRE, Non-recurring Engineering)으로 구분되는데 수주 사업을 많이 할수록 수익성에 유리하다. 용역은 제한된 역할을 건수로 담당하는 반면 수주는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건당 최소 몇 백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다.

반도체 관계자는 "수주 사업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고급 엔지니어, 고객 확보 역량, 칩(제품) 설계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DSP 업체들이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도 턴키 수주를 늘리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지디넷코리아

현재 에이디테크놀로지의 설계 엔지니어는 약 500명(한국, 베트남)으로 삼성전자 DSP 업체 중 가장 많은 엔지니어 수를 확보하고 있다. 코아시아의 엔지니어 400명 중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70% 차지하며 나머지는 대만, 중국, 미국 등 연구소 인력이다. 세미파이브는 세솔, 다심에 이어 작년 하나텍을 인수하면서 총 300명의 엔지니어 인력을 확보하며 덩치가 커졌다. 가온칩스는 약 160명, 알파홀딩스는 약 90명의 엔지니어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삼성전자 DSP 연합군의 엔지니어 규모는 국내에서만 1천450여명 수준이다.

삼성전자 DSP 업체들은 인력 수를 더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코아시아는 지난해 12월 국내 DSP 업계 최초로 반도체 설계엔지니어를 육성하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 GDEC(Global Design Education Centre)를 도입했다. 신입사원을 현업에 곧바로 배치하는 대신 6개월간 실무교육하고, 6개월간 현업에서 교육을 실시해 인력을 양성하는 방식이다.

코아시아 관계자는 "GDEC 1기에서 70명을 모집해 60명이 수료하면서 현업에 배치됐고, 현재 GDEC 2기 100명을 모집하고 있다"며 "2기 신입사원들이 수료를 마치면 코아시아 엔지니어 인력은 총 500명이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파이브는 "국내뿐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베트남 등의 거점을 통해 해외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500~800명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체 대표는 "최근 디자인하우스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라며 "기존에 칩을 만들지 않았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같은 회사들이 자체 칩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디자인하우스에 턴키 형태의 과제를 수주하는 것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디자하우스에 개발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그 다음 DSP의 파트너사인 파운드리로 제조가 이어지기 때문에 파운드리 업체는 여러 DSP 업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TSMC 협력사 GUC, 엔지니어 인력 규모 '압도적' 

2022년 TSMC의 전세계 VCA 파트너(IP, DSP 포함)(사진=TSMC 캡처)

전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VCA(가치사슬동맹, Value Chain Aggregator)를 구축해 IP, DSP 업체들과 협력해 오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DSP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운영한 것이다.

TSMC의 대만 DSP 업체로는 GUC, 알칩 등이 대표적이다. 1998년 설립된 GUC는 2003년 TSMC가 투자하면서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GUC의 설계엔지니어 인력은 약 800명 이상에 달한다. 이는 단일 DSP 기업 기준으로 압도적인 엔지니어 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UC는 공격적으로 엔지니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중이다.

반도체 DSP 업계 관계자는 "엔지니어 인력은 디자인하우스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대만 반도체 업계는 고급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해 몸값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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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또 "과거 DSP 엔지니어의 인건비는 한국과 대만이 비슷했는데, 최근 대만이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라며 "국내에서도 시장에 상응하는 급여뿐 아니라 스톡옵션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실력있는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3.4% 점유율로 1위, 삼성전자는 16.5%로 2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