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점유통권을 대가로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을 출시하지 않기로 합의한 제약사들이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복제약사인 알보젠 측이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인 아스트라제네카 측으로부터 3개 항암제에 대한 국내 독점유통권을 받는 대가로, 그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기로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6억5천만원(잠정)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합의대상 의약품은 전립선암이나 유방암의 호르몬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졸라덱스데포주사’, ‘졸라덱스엘에이데포주사’, ‘아리미덱스정’, ‘카소덱스정’ 등이다.
복제약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경쟁 의약품으로,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의 약가 인하 및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는 오리지널 제약사에게 큰 경쟁압력으로 작용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졸라덱스 등 3개 의약품에 대한 판촉·유통의 외주화를 추진하던 2016년 5월 경 알보젠 측이 국내에서 2014년부터 졸라덱스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음을 인지했는데 당시 알보젠 측은 10여개 유럽 국가에서 졸라덱스 복제약을 출시를 발표한 상황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상당한 위협으로 인식됐다고 한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이 사건 계약을 대가로 알보젠 측의 복제약 생산·출시를 저지하고자 했고, 알보젠 측도 복제약 생산·출시 금지를 전제로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협상했고, 알보젠 측 또한 이 사건 계약을 자신과 체결할 경우 계약기간 내 복제약을 출시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며 이 사건 계약을 복제약 출시 금지의 대가라고 인식하면서 보다 좋은 계약 조건을 이끌어내고자 했다고 한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이 사건 계약에 복제약 출시 금지 조건을 부과함으로써 가장 유력한 잠재적 경쟁자인 알보젠 측을 시장에서 배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협상과정을 거쳐 2016년 9월 말 알보젠 측 복제약의 생산·출시를 금지하는 대신 오리지널의 독점유통권을 알보젠 측에 부여하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은 알보젠 측은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졸라덱스 등의 국내 독점유통권을 부여받는 대가로 계약기간(2016.10.1.~2020.12.31.) 동안 국내에서 동 의약품의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알보젠 측에 졸라덱스 등의 국내 독점 유통권을 부여하고, 알보젠 측은 졸라덱스 등을 국내에서 독점 판매하는 대신 그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음으로써 합의를 실행했다. 알보젠 측은 아스트라제네카 측과의 합의를 이유로 졸라덱스 복제약 출시 일정을 계약 만료 시점(2020년 12월 31일) 이후(2021년 1월)로 미루는 등 합의를 적극적으로 실행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알보젠 측의 복제약 출시를 금지하는 담합을 통해 사업상 위험을 최소화하고, 알보젠 측도 자체적으로 복제약을 개발해 출시하는 것보다 경쟁을 하지 않는 대신 그 대가를 제공받도록 담합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에 공정위는 5개 사 모두에게 시정명령(향후 행위금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6억 4천5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측(아스트라제네카 피엘씨,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등 2개사)에 11억4천600만원(잠정), 알보젠 측(알보젠 럭스 홀딩스 에스에이알엘, 로터스 파마수티컬 씨오 엘티디, 알보젠코리아 등 3개사)에는 14억9천900만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다.
이번 조치는 개발 중이던 복제약 등에 대한 생산·출시를 금지하는 담합을 적발·제재한 것으로 전립선암, 유방암 등 항암제 관련 의약품 시장에서의 담합을 시정함으로써 소비자(환자)의 약가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의약품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자 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합의도 위법함을 분명히 했으며, 앞으로도 국민생활에 직접 피해를 발생시키는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