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금융위 정책"...국감서 '가상자산' 비정상 행태 방치 질타

정무위, 테라 사태·거래소 행태 지적...금융위 "국회 입법 논의 협조 계획"

컴퓨팅입력 :2022/10/06 18:22    수정: 2022/10/06 18:23

국회 정무위원회가 6일 진행한 금융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사회적 이목이 쏠린 가상자산 거래 환경에 대해 제도적 인프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현재 가상자산을 다루는 법률은 자금세탁방지(AML), 거래자 신원확인(KYC) 측면에 치중돼 있는 특정금융정보법 외 마땅치 않은 상태다. 때문에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이 발생해도 정부가 손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놔두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발의한 가상자산 관련 법안 논의 과정에 협조하면서 가상자산 법제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증인들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문제 빈번…"금융위, 정책 노선 정해야"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이해 상충, 투자자 보호 등 영역에서 일반적인 금융회사와 달리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기존 자본시장 구조와 다르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상장 공시위원회, 시장 감시 위원회, 증권결제원에서 수행하는 기능들을 모두 독점하고 있다"며 "이해 상충 문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코인 관련해 불미스러운 사태도 나오자, 가상자산 거래소에 주어진 인가를 취소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도 등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제기된 의혹들도 짚었다. 업비트가 폭락을 겪은 코인 '루나'를 비트코인(BTC)마켓에만 상장하고, 상대적으로 상장 심사가 엄격한 원화마켓에는 상장하지 않은 점을 거론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나타나기 전에도 이미 업비트가 해당 코인의 문제점을 미리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상장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관계사인 두나무파트너스가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 매입했던 루나 코인을 매각해 1천300억원 수준의 차익을 거둔 점에서도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다고 봤다.

윤 의원은 "자체 보유한 코인을 상장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셀프 상장이 아닌가"라며 "이해 충돌 문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코인에 대한 공시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공시된 정보를 다시 공시해 관련 코인이 11배 가량 급등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빗썸에 대해서는 순환출자 식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재무 조달 상태와 출자 능력에 대한 건전성 여부를 당국에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빗썸 지배구조

윤 의원은 "가상자산과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금융 당국이 장고를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며 "더 이상 선량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혁신 산업으로 적극 육성할지 투기 위험자산으로 간주해 투자자 보호에 힘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 제도가 현재 부족하다는 건 충분히 인식하고, 제도 인식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준비 중인데,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들을 토대로 신속히 논의해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어 "산업 혁신 쪽으로도 균형 있게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며 "향후 정책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테라 사태, 정확한 책임자 규명 필요"

지난 5월 99% 이상 시세가 폭락한 스테이블코인 '테라'에  대해서는 정확한 상황 및 책임자를 규명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의원은 "테라 사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잘 모르면서 지지해준 국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정부기관, 상환 능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대출을 승인해준 금융기관, 돈벌이에만 매달린 가상자산 거래소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테라 '특검'을 실시해 책임자를 색출해야 한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대로 테라 사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윤 의원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테라 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

이날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김지윤 DSRV 대표는 테라 사태와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디파이 프로토콜을 출시하는 업체들이 기술에 대한 정보 전달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서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DSRV는 테라의 밸리데이터 회사로서, 테라 블록체인을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금융위, '아로와나토큰' 의혹 제대로 살펴봐야"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아로와나토큰을 상장한 이후 시세가 1천배 가까이 상승한 사실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0원짜리 코인이 31분만에 5만3천800원으로 급등했는데 작전 세력 없이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가"라며 "공정성을 위해 서류 심사가 원칙인 코인 상장 과정에서도 당시 아로와나토큰 관계자인 박진홍 전 엑스탁 대표와 빗썸 측이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가상자산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했으나, 아로와나토큰에 대해서는 밝혀낸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미 지난해에 해당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금융위가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고, 빗썸에 대한 특별감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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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으로 출석한 박진홍 전 엑스탁 대표

김 위원장은 "FIU가 자금세탁방지 관련 업무를 주로 하고 있어 가상자산 관련 문제에 있어 규제기관이긴 하나, 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제한돼 있다"며 "투자자 보호 입법 장치 보완이 그래서 필요하고, 아로와나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불법 거래로 볼 수 있는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정무위는 아로와나토큰 이슈 관련 증인으로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이 전 의장이 건강 문제 및 형사소송 등을 사유로 불출석했다. 정무위는 이 전 의장이 지난 4일 형사재판에는 참석했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아로와나토큰과 관련이 없어 불출석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며 동행명령장을 발부키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