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소음은 사람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런 소음이 동물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어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더컨버세이션닷컴, 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앵글리아·러스킨 대학교의 생명 과학 연구원인 페이 클라크 등은 인간과 밀접하게 살아가는 가축이나 애완동물 등에게 소음이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소음은 소리의 크기를 데시벨(dB)로 나타내고, 소음 수준을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동물에게 소음 피해는 이 데시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의 가청 영역은 주파수가 20Hz~2만Hz 범위이나, 박쥐나 돌고래 등은 인간이 느낄 수 없는 고주파로 의사소통한다. 코끼리는 10~40Hz 초저주파를 보내 멀리 떨어진 개체와 소통한다. 또 거미 중에는 다리털로 소리의 진동을 느끼는 종류가 있어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소리도 동물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다.
클라크 연구원은 “동물의 소음에 대한 감도를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파수가 높은지 낮은지가 아니라 주위의 소음이 동물의 가청 지역에 들어가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과거 동물에 대한 소음 연구에서는 생쥐를 이용한 연구가 진행된 적이 있다. 소음에 의해 청각의 영구적 손상이 일어나는 것이 확인됐고, 소음이 뭔가의 고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송 중인 가축은 귀가 잘 안 들릴 정도의 소음(진동)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또 실험실과 케이지(우리)에 갇히지 않은 야생 동물에게도 인간이 뿜어내는 소음이 만성적 스트레스나 불임을 초래하고, 이동 경로와 서식 지역의 변경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진들의 설명이다. 수중의 물고기에서도 극단적인 소음이 부레를 아프게 해서 청력과 부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밖에 소음에 노출된 쥐에게서 학습, 기억력이 떨어졌는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소음과 치매의 연관성이 제시되는 등 쥐 역시 소음이 인지 능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반려동물이나 가축이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합성 페로몬이나 장난감을 사용해 기분을 진정시킬 수 있지만 연구진은 “예방은 치료보다 낫다”면서 소음 대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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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실내에서 동물을 사육할 때는 소음이 발생하는 청소나 정원 가꾸기 같은 작업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동물이 주변 환경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좋다는 것. 또 불꽃놀이 행사나 천둥 등도 동물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베개와 담요 등 소리를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을 준비하고, 동물이 두려워하고 있으면 이들의 몸과 케이지를 덮어주는 것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클라크 연구원은 “건설 공사, 소음이 나오는 행사로부터 동물을 지키기 위한 보다 나은 규제가 필요하다”며 “건축 프로젝트나 음악 콘서트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동물이 정할 수는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동물이 괴로워하는 일은 있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