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망 연결지점 도쿄로 옮기기 전 넷플릭스와 논의했었다"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정산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반박

방송/통신입력 :2022/08/25 10:31    수정: 2022/08/25 10:35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소송 항소심 5차 변론에서 SK브로드밴드측 증인 황모씨가 출석해 "2018년 망 연결지점을 미국 시애틀에서 일본 도쿄로 옮기기 전에 넷플릭스와 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당연히 내야 한다는 의미로 진술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그러나 "망 연결지점을 이동할 당시 비용 정산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무정산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도쿄에서의 망 연결로 비용이 발생하는 줄 몰랐다는 설명이다.

시애틀에서의 망 연결은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 비용이 들지 않지만, 도쿄에서의 연결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1대 1로 망을 연결하는 형태다. 

SK브로드밴드는 이런 망 연결 방식의 차이 때문에 망 연결지점을 옮기면서 논의한 것 만으로도 넷플릭스가 비용에 대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을 거라고 주장한 반면 넷플릭스는 당시 명시적으로 비용에 대한 얘기는 없었기 때문에 서로 비용을 정산하지 않아도 되는 '무정산 합의'가 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19-1부(부장판사 배용준 정승규 김동완)는 지난 24일 오후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5차 변론을 가졌다. 이날 변론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구두변론을 진행한 뒤 SK브로드밴드측 증인 황씨를 심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넷플릭스, BBIX 피어링에 비용 발생하는 것 알았나

이날 변론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쟁점 중 하나는 양측이 망 연결지점을 옮길 당시 비용에 대한 언급을 했는지 여부였다. 양측은 2015년 9월 망 연결에 대한 합의를 진행했으며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인터넷교환포인트(IXP)인 인터넷교환노드(SIX)에서 처음으로 망을 연결했다. 이후 2018년 5월 망 연결지점을 일본 도쿄로 옮겼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SIX는 퍼블릭 피어링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 지급이 전제되는 게 아니다. 다만 도쿄에서의 연결은 브로드밴드교환노드(BBIX) 방식으로 프라이빗 피어링이기 때문에 이용대가 지급이 필요하다. 넷플릭스 측은 BBIX로 옮길 당시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에 대해 논의한 바 없어 비용이 발생하는 줄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황씨는 "2018년 1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넷플릭스 측 기술 실무진을 만났고, 그에게 BBIX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후 4월 넷플릭스 측은 SIX에서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했다며 SK브로드밴드 측에 BBIX에서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메일을 보냈다. 

다만 황씨는 BBIX에서 피어링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 메일 때문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황씨는 "모니터링하고 있던 트래픽의 상태가 좋지 않았고 넷플릭스 트래픽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다수 발생한 부분도 있다"며 "그 전에 회사 차원에서 논의가 되고 있던 상황에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망 이용대가 협상에 대해서는 "엔지니어기 때문에 다른 부서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기술적인 부분에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고 답했다. 관련 부서에서 망 연결 비용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상태였느냐는 질문에는 "아마도 넷플릭스 측과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측은 황씨에게 프라이빗 피어링의 경우 반드시 이용료를 지급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황씨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계약 당사자와 매번 협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 SKB와 넷플릭스, 빌앤킵 관계가 될 수 있나

넷플릭스는 초반부터 SK브로드밴드와 '빌앤킵' 관계라고 주장했다. 빌앤킵이란 서로 직접적인 대가를 주고받지 않아도 사실상 정산을 한 것으로 인정하는 관행이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피어링에 있어서는 글로벌 사례의 99%가 빌앤킵 방식이며,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SK브로드밴드는 빌앤킵 방식은 인터넷사업자(ISP) 사이의 관행이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자(CP)인 넷플릭스에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 커넥트 얼라이언스(OCA)'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ISP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SK브로드밴드 망 내에 OCA를 설치하면 트래픽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SK브로드밴드의 국내망 중 백본망과 가입자망이 만나는 부분에 OCA를 설치하면 트래픽이 감소하느냐는 질문에 "이론적으로 감소하는 건 맞으나 해당 장비를 실제로 그 부분에 설치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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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업자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CDN은 자체 네트워크일 뿐이며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직접적으로 전송하는 등의 네트워크는 보유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양측은 4시간 가까이 논쟁을 펼쳤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6차 변론기일은 오는 10월1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