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 美 '인플레감축법'에 '공급망 다변화' 고심

산업부·배터리 업계 중심 공급망 다변화 강구…"변수 많아 추이 지켜봐야 할 것"

디지털경제입력 :2022/08/17 16:34    수정: 2022/08/18 16:0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최종 서명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도 고심이 커졌다. 해당 법안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까다로운 부품요건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터리 업계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조력한다는 입장이지만 단시간 내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최종 서명했다. 미 상원에서 가결된 지 9일 만에 하원과 대통령서명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해당 법안을 살펴보면 오는 2024년부터 전기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7천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지급한다. 다만,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한 광물이 전기차 배터리의 40%를 채워야 한다. 또 북미에서 제조되는 배터리 주요 부품 비율도 50%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이같은 까다로운 조항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시장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 수입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만 중국에서 약 94% 가량 공급받았다. 중국산 광물이 절대적인 국내 배터리 업계로서는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탈피하는 한편, 추이를 지켜본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3사 공통된 의견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광물 의존도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가 똑같다. 법안이 통과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에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법안은 친환경에너지 전환보다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노선을 공식화한 게 골자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오하이오 로즈타운 공장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해법 마련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난 11일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과 관련해 현대자동차·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지만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변수들이 많고 미국 동향과 추이를 보면서 대응해야 한다"면서 "지금 현재 구체적으로 공급망 다변화에 답이 나올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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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는 앞서 미 당국에 ‘북미 내’로 규정된 전기차 최종 조립과 배터리 부품 요건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이같은 우려 가운데 미국이 국내 배터리 업계를 외면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에 건설 예정인 13개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 가운데 11개가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3사 관련 설비다. 오는 2025년이면 미 전체 설비에 국내 배터리 업체의 비중이 70% 수준으로 확대된다. 사실상 국내 배터리 3사의 공급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국내 업계 배터리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건 전기차 전환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