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복권 된 이재용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

대형 인수합병 급물살 탈듯...글로벌 경기침체·반도체 전쟁 해법 찾아야

디지털경제입력 :2022/08/12 13:28    수정: 2022/08/14 10:5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정부의 8.15 특별 사면으로 복권되면서 '뉴(NEW) 삼성'을 향한 새로운 리더십 정립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동시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위기 극복, 미래신성장 동력 발굴, 사업구조 개편, 부당합병 재판 등 헤쳐나가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미래 전쟁에서 5년을 잃어버린 삼성전자의 내부 역량과 대외 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복권된 이 부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복권은 2021년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지 1년 7개월, 2017년 8월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받은 지 5년만이다.

■ 잃어버린 5년 찾아야...대형 인수합병(M&A) 급물살 탈듯

이 부회장이 사면 복권으로 취업제한조치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이 사라지면서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경영 현안들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 특별 사면을 단행하면서 경제 활성화 통한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경제인들의 대거 포함시켰다고 밝힌 만큼 우리 국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왼쪽),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오른쪽)와 촬영한 기념 사진.(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말 미국 하만을 당시 8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이렇다 할 사업 확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연초 한종희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여러 공식석상을 통해 대형 M&A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해 왔다. 이 부회장도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 길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잇단 발언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 속 반도체 공급망 안정, 미래 신사업 육성 등 산적한 과제의 돌파구를 M&A에서 찾을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M&A 분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영역은 반도체와 바이오 부문이다. 삼성전자의 당면 과제는 이 부회장이 과거 투자 발표를 통해 언급했듯이 메모리를 넘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등을 실현하는 일이다. 또한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반도체·바이오 양날개에 대한 투자와 육성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자동차 전장산업과 AI, 로봇 등 미래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제 활성화와 아울러 뉴삼성의 보폭을 넓히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 및 조직 쇄신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를 포함한 DS(반도체) 부문과 세트(SET) 사업을 아우르는 DX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부품과 세트에 대한 여러 이해 충돌과 파운드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복안을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린다. 새 컨트롤타워의 신설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 "투자·청년일자리 창출로 보답"...부당 합병의혹 재판·미래 사업구조 개편 등 과제 산적

이날 삼성은 이 부회장의 사면 복권 결정에도 차분하면서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 측은 그동안 재계는 물론 정부 내부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사면이 유력시 됐지만 최종 사면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언급을 자제하며 끝까지 마음을 졸이는 모습이었다. 사면과는 별개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으로 매주 재판을 받고 있어 사법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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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재계 관계자는 "사면으로 일단 복권은 됐지만 여전히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부당합병 의혹 재판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경영 족쇄가 완전히 풀렸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삼성은 최근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미중 갈등에 따른 반도체 리스크, 하반기 실적 악화 예고, 주가 부진 등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사면 복권과 관련 입장문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