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요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알뜰폰의 위치추적 기능이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울산에서 피해자 A씨가 30대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살해당하기 전 경찰에 신고했지만 신고 후 2시간이 넘어서야 발견됐다. 경찰은 신고가 들어온 후 바로 위치추적을 시도했지만 정확한 위치추적이 불가능했다. 피해자 A씨가 알뜰폰 가입자였기 때문이다.
알뜰폰 가입자가 1천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알뜰폰의 위치추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알뜰폰 업계 "복잡한 시스템 개선이 먼저"
알뜰폰 업계에서는 긴급구조기관과의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신 3사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해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긴급구조 요청이 들어오면 기지국 3각 측위, GPS, 와이파이 등을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곧바로 전달할 수 있는 공조체계가 구축된 것이다.
하지만 알뜰폰의 경우 현재 수사기관과의 공조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현재는 긴급구조기관으로부터 긴급구조 요청이 들어오면 망을 임대한 통신사에 이 사실을 전달한 후 답변을 받아 위치정보를 보낸다. 통신 3사에 비해 알뜰폰의 위치추적이 느린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별정통신사인 알뜰폰들의 경우 통신 3사를 거치는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을 간소화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스템을 개선하기 전 개인정보 등 법적 문제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긴급상황이라고 해도 가입자 정보를 다루는 절차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며 "알뜰폰 서비스 초기부터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했는데도 해결하지 못했던 건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인력부족도 문제…공동 시스템 구축해야
알뜰폰 업계의 인력부족도 위치추적이 늦어지는 이유다. 알뜰폰 회사 중에는 위치추적을 전담할 야간·휴일 인력이 없는 곳들이 많다.
이에 대해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 3사 자회사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알뜰폰 시장 구조상 중소 알뜰폰회사들이 인력 투자를 늘리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24시간 위치정보만 담당할 직원을 뽑는 게 불가능한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통합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경찰청 주도로 만들어진 통신자료제공요청 회신 업무 자동화 시스템 'QR코드 전자팩스'가 대표적이다. 다만 현재 QR코드 전자팩스는 평일 주간에만 이용이 가능하다.
경찰청은 올해 12월까지 야간·휴일에도 QR코드 전자팩스가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대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알뜰폰 이용자들도 24시간 위치추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찰청은 관련 예산 5억4천만원도 편성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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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관계자는 "통신 3사의 경우 자동 송수신 시스템도 구축돼있고 야간 당직자도 있기 때문에 24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며 "알뜰폰 사업자는 영세한 곳들이 많기 때문에 경찰청 주도로 시스템을 만들어 미비한 부분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표준화된 위치추적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통신사·제조사 별로 상이한 위치추적 프로그램을 표준화해 알뜰폰에서도 더 정확한 위치파악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