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생각할 줄 아는 AI는 언제 나올까

전문가들 "당대엔 불가능...현재는 특정 분야 패턴 학습해 인간 판단에 도움 주는 수준에 그쳐"

컴퓨팅입력 :2022/07/27 08:33    수정: 2022/07/27 10:20

인공지능(AI)이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AI 전문가들은 아직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각과 감정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내리지 못할 정도로 아직 관련 기술 기반도 마련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구글의 엔지니어 블레이크 레모인처럼 일부에선 이미 AI가 지각 능력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을 한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

레모인은 주장의 근거로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죽음에 대해 인지하고 두려움을 느낀다는 내용이 담긴 람다와 나눈 대화 내역을 무단으로 공개했다. 이로 인해 그는 기밀유지 의무 위반으로 구글에서 해고됐다.

전문가들은 그의 주장에 대해 사람이 작성한 대화와 글을 기반으로 수많은 학습을 통해 주입된 지식기반 답변일 뿐 실제 AI가 생각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AI 챗봇 람다의 학습 과정을 나타낸 그림. (사진=구글)

■ 생각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 검증불가능

국내 AI 전문가들은 생각하는 AI를 구현하기 위해선 ‘생각과 지각이 무엇이냐’는 철학적인 질문을 과학적인 수준으로 끌어오는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아직 사람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구현했다 하더라도 검증할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AI를 검증하는 방법으로 유명한 튜링테스트 역시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을 뿐 실제 사고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대학교 AI연구원 장병탁 원장

서울대학교 AI연구원 장병탁 원장은 “AI가 생각한다는 범위 측면에서는 논의할 만한 부분이 있겠지만 아직은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한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본다”며 “아직 SF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AI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또한 레모인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무단으로 제시한 내부 연구 자료는 고객사나 대중에 과도한 기대를 품게 만들거나 구글의 AI 수준을 경쟁사에서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며 “구글의 주장처럼 기밀유지 의무 위반이 해고 사유에 많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 카카오 AI랩 리더를 역임한 업스테이지의 배재경 리더는 “현재 AI는 지각을 갖출 수 없다는 기조가 컨센서스”라며 “언어모델을 돌리면 그럴듯한 이야기를 답해 의식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현재 AI는 대화 패턴을 분석해 답변을 제공하는 것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현재 AI는 사고하고 추론하는 건 아니어서 지각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며 “이걸 믿는다면 기계학습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췄다고 하기엔 어렵다”고 봤다.

ECCV, CVPR, WWW 등 주요 AI학회에 논문을 게재해온 박성래 리더는 “현재 AI 기술 수준은 기존의 패턴을 AI내부에 기록을 해 놓고 유사 상황에서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한 패턴 매칭 단계”라며 “지각을 갖추기 위해서는 AI가 스스로 기록하는 과정을 선택하고 스스로 진화(발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전 AI 전문가인 이준엽 리더는 “지각을 갖춘다는 것의 정의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학습과정에서 보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그럴듯한 해답을 내놓는 것을 지각이라고 정의한다면, 현재 AI 수준은 상당히 근접했지만 직접 생각하는 단계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AI 챗봇 이루다 역시 사전에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를 진행한다(이미지=스캐터랍)

■ 감정 아닌 판단과 선택에 특화된 AI

현재 개발 중인 모든 인공지능(AI)은 사람의 지각 능력의 일부, 특히 판단 분야에 특화된 기술이다.

예를 들어 계산기는 사람의 지적능력 중 수리계산 능력을 지원하는 아주 단순한 AI 중 하나다. 정확한 계산을 판단해 답을 제공한다. 비전AI는 이미지 검출에 활용되며, AI챗봇은 사람의 음성을 듣고 답변을 제공하거나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간다.

특정 분야의 목적에 맞춰 개발되고 최적화하는 만큼 AI가 감정을 느끼는 등 부가적인 요소가 들어갈 기술적인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AI(사진=이미지투데이)

장중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AI는 실제 사람처럼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아니라 지적 활동 중 특히 특정 분야를 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미지 분석 등 일부 분야는 이미 사람보다 더 나은 효율을 보이며 자율주행 자동차 등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가장 많은 발전이 있는 이미지처리나 자연어처리도 완벽한 수준의 정확도나 성과를 갖추기엔 부족한 상황”이라며 “실제 사람처럼 알아서 생각하고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은 현재 방향성이나 효율성이나 여러 면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 사람처럼 생각하는 AI 나올 가능성은 충분…문제는 ‘시기’

반면 앞으로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 강AI가 출현할 수 있을 것'이란는 질문에 그럴 수 있을 것이란 답변이 전문가 사이에서 우세를 차지했다.

양자컴퓨터의 등장 등 IT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만큼 감정과 생각에 대한 이해도 점차 깊어지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력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다.

다만 강AI가 구현되기 위해선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기술혁신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명확하게 사람의 의식을 정의하지 못하고 이를 컴퓨터로 구현하기 위한 체계와 시스템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양자 컴퓨터 시커 모어(이미지=구글)

배재경 리더는 “생체기관이 아닌 기계도 지각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은 필연이라고 보지만 시점이 문제”라며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우리 세대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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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지구의 진화과정이 수십억 년 단위인데 인간은 불과 몇만 년 수준으로 기계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최소 2~30년 안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그보다 강AI가 등장했을 때 그들에게 사람을 어떤 존재로 인식시켜야 할지 고민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준엽 리더는 "AI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강AI로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은 아직 없다"며 "발전을 거듭하면 사람과 같은 AI가 나올 수도 있지만, 방식의 한계로 도달할 수 없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