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사 가능성과 향후 시장 전망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빗썸은 과거에도 수 차례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불발로 끝났다. 복잡한 지배구조, 빗썸 실 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받고 있는 재판 관련 오너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던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 논의는 암호화폐 하락장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크다. 지속적으로 매각을 희망해온 빗썸과, 하락장을 맞아 싼 값에 알짜 기업을 매수하고자 하는 FTX 의지가 맞아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FTX의 빗썸 인수가 성사될 경우 사업 상의 리스크를 해소하고, 기업 간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인수합병 논의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외 거래소 간 인수합병이 당국 승인을 받을 수 있을 지도 지켜봐야 할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이 기회" FTX, 국내 거래소 인수 타진해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2일 FTX가 빗썸 인수를 위해 수 개월간 협상해왔다고 보도했다. 빗썸코리아 지분 73.56%를 보유한 빗썸홀딩스의 지분 34.22%를 확보하고 있는 비덴트가 FTX와 빗썸 지분 매각을 위해 협의 중이라고 26일 공시하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업계 복수 관계자는 올 상반기 동안 FTX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여러 곳과 접촉하며 인수할 기업을 물색해왔다고 했다. 그 동안 매각 의사를 여러 차례 비친 빗썸과의 논의가 상당히 진척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FTX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중 거래량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샘 뱅크먼 프리드 CEO가 순 자산 20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암호화폐 시장도 급격히 침체된 가운데, FTX는 보유 현금으로 재정 위기를 겪는 가상자산 업계 기업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보이저디지털, 가상자산 대출업체 블록파이 등이 일례다. 최근 파산한 가상자산 대출업체 셀시우스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샘 뱅크먼 프리드 CEO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 암호화폐 약세장을 이용해 업계 기업들을 저가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빗썸 인수도 이런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강세장이 나타났던 작년 대비 거래량이 대폭 감소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빗썸 일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30억 달러(약 4조원) 이상을 기록한 데 비해, 26일 기준 약 4억8천만 달러(약 6천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업계에는 빗썸 매각가가 4조원 대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빗썸은 매출 1조 99억원, 영업이익 7천821억원, 당기순이익 6천483억원을 거뒀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FTX가 지금을 인수합병 적기로 생각해 업계 여러 기업을 끌어모으고 있는 듯하다"며 "FTX가 미국 최대 업체인 코인베이스를 넘어서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실제 인수를 추진 중인 기업이 여럿인 만큼 빗썸 인수 논의도 진지하게 추진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동성 확대·국내 시장 선제 진출 효과…장기적 상호 시너지 기대
이번 인수합병 논의가 성사될 경우 단기적 효과는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측면에서 상호 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FTX-빗썸 간 오더북(호가창) 공유가 이뤄지면 거래 지원하는 코인 종류가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도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 공유를 끊은 업체들이 있었고, 국내 거래소들이 코인 상장에 대한 공동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고 있기도 해 곧바로 이점을 누리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FTX 입장에선 빗썸을 인수하면 특금법 상 사업자 신고 수리 등의 규제 리스크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국내법을 고려하면 FTX가 해외 사업과 같은 수준으로 선물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대신 국내 제도 정비가 끝나면 타 해외 업체에 비해 선제적으로 이용자 풀을 확보한 상황에서 사업을 전개하게 되고, 오더북 공유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합병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배구조·오너 리스크 문제 풀고 사업 날개 다나
인수합병 논의 과정에서는 매각 대금에 대한 줄다리기와 함께 주주들과의 이해관계 및 이정훈 전 의장이 휘말린 소송에 따른 영향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빗썸코리아는 빗썸홀딩스가 73.56%의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다. 또 빗썸홀딩스 지분은 비덴트가 34.22%, 나머지는 이정훈 전 빗썸이사회 의장이 장악한 구조다. 단일 주체로는 비덴트가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디에이에이 소유 29.98%, BTHMB홀딩스 10.7%, 기타 25.1% 총 65.7%가 이정훈 전 의장 쪽 지분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비덴트의 경우 최대 주주인 인바이오젠, 인바이오젠 지분을 47.45% 소유한 버킷스튜디오, 버킷스튜디오 지분 32.49%를 보유한 이니셜1호투자조합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지분 주체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FTX가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지분을 인수해 빗썸 경영권을 확보하려 하는 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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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소유주인 이 전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인수 후 빗썸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판단도 FTX 결정의 변수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빗썸 인수를 희망한 다른 기업도 이정훈 전 의장 관련 법적 리스크 때문에 인수합병을 최종 타결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번 FTX와의 논의에서도 이 부분을 어떻게 협의하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