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 생태계 확충과 함께 추진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이 현실적 여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어기구·양이원영 의원)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서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세계 원전시장 동향과 국내 안전 문제'를 주제로 정부의 친원전 기조 문제를 진단했다.
석 위원은 최근 유럽연합(EU)이 그린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짚었다. EU의 이같은 결정은 원전을 녹색 전원으로 인정하겠다는 세간의 이해와 달리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원전이 필수적인 상황이였기때문이라고 해석했다. EU 집행위원회 표결 직전 헤르만 할루센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전후 재건에 가스 원전이 필요하다며 공개서한을 제출했다. 또 석탄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의 탈석탄 명분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EU가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면서 제시한 ▲사고저항성 핵연료 ▲고준위 방폐장 건설 문제도 국내에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강변했다.
석 위원은 "사고저항성핵연료 개발 역시 원자력 업계가 가지고 있는 희망사항과는 동 떨어져 있다"면서 "미국 원자력계 주도, 2030년 상용화 목표로 고온·고압·피폭 등에 저항성이 큰 핵연료 재료와 설계를 개발해 왔으나 상용화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보 핵연료의 가동원전내 실험에만 약 6년이 소요되지만 실험후 핵연료 설계 채택여부는 불투명하다"며 "기존 핵연료 제조공정과 설비를 변경해야 하는 투자위험 역시 크다"고 전망했다.
또 고준위 방폐장 건설의 모범 답안으로 평가 받는 핀란드 역시 부지 선정에 큰 난항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석 위원은 "핀란드는 국내 한빛 원전 단지보다 작은 원전설비용량을 운영 중인데도 국민 설득과 부지 선전 과정 때문에 방폐장 건설에 40년이 걸렸다"고 강조했다.
석 위원은 "핀란드는 우리나라 3배 면적에 인구가 500만명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인구밀도가 낮은 국가도 방폐장 부지 확보를 못해서 결국 원전부지 인접지역에 방폐장을 건설했는데 OECD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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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위원은 또 우리나라는 핵연료를 러시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핵연료의 약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소형모듈원전(SMR)에 사용하는 고순도농축 원료는 전량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석 위원은 "앞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신냉전이 도래했을 때 러시아 측에서 이를 전략 물자화 하거나 국제사회의 제재가 들어갔을 경우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가동원전 수명연장 안정성 문제'로 국내 원자력안전법에는 사고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