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고피자 교대점에서 1인 피자를 주문하자 6분만에 음식이 나왔다. 이곳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 피자를 만드는 곳이다. 종업원이 조리 자동화 기계에 냉동 피자 반죽을 넣으면, 로봇이 음식을 완성한다. 사람은 고객 응대와 매장 관리를, 로봇은 피자 제작을 주로 맡았다.
고피자 교대점은 협동로봇 전문기업 뉴로메카의 푸드테크 로봇 '인디(Indy)'가 일하는 곳이다. 다관절 로봇 인디는 마치 사람 팔처럼 움직이며 피자 반죽 위에 소스를 뿌린다.
푸드테크 로봇은 식당 주방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전세계 푸드테크 로봇 시장 규모가 연 12.7% 성장률을 보이며, 2025년 31억 달러(약 4조 66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한국로봇산업진흥원도 지난해부터 이번 고피자-뉴로메카 협동 사례처럼 로봇 도입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장 운영 효율을 높이고,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로봇이 6분만에 피자 '뚝딱'..."반복 노동 해방이 가장 좋아"
고피자 교대점에서 로봇 인디는 주방 한켠 1.5평 남짓한 공간에 화덕, 컨베이벨트와 함께 설치됐다. 관절 6개로 상·하·좌·우 움직인다. 세로 길이는 약 1.3m, 최대 하중은 7kg이다.
인디 로봇은 사람과 함께 피자를 만든다. ①주문이 들어오면 종업원이 공장에서 반조리되어 나온 피자를 컨베이어벨트에 올린다. ②천천히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화덕으로 들어간 피자는 3분 30초 동안 구워진다. ③비전 카메라가 1~2초 만에 화덕에서 나온 피자 종류를 인식한다. ④칼날이 내려와 피자를 먹기 좋게 자른 뒤 ⑤인디 로봇이 메뉴에 맞는 소스와 각종 양념 가루를 뿌린다.
이제부터는 다시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종업원이 완성된 피자를 접시, 종이 상자에 담아 손님에게 전달한다.
현장에서는 로봇을 도입한 뒤 가장 달라진 점으로 '반복 노동 해방'을 꼽는다. 종업원 입장에선 사람이 하던 지루한 일을 로봇에게 맡기니, 다른 일에 신경 쓸 시간이 많아졌다. 특히 로봇은 정해진 시간만큼, 일정한 프로세스로 작동해 예기치 않은 일이 적다. 시간 여유가 생긴 종업원은 고객응대, 매장 관리 등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업주 입장에서는 매장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피자를 6분만에 완성해 빠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인디 로봇은 인건비 0.8인분 정도를 줄일 수 있다. 뉴로메카는 기술, 서비스를 강화해 도입 가격을 더 낮출 계획이다. 이러한 비용 효율은 제품 가격을 낮춰 소비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고피자는 현재 7천원에서 1만원 초반대에 피자를 판매하고 있다.
■ "위생·편의 기능 강화하고, 전 매장 자동화 꿈꿔"
고피자 교대점에 도입된 인디 로봇은 1.5버전이다. 지난해 6월 서울 시내 고피자 5개 매장에 1.0버전이 적용됐다. 로봇을 제작한 뉴로메카는 로봇 작업 속도를 개선해 지난 1월 1.5버전을 내놓았다. 오는 9월에는 2.0 버전을 싱가포르, 인도 등 해외 매장에서 먼저 공개하고, 본격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2.0 버전은 실제 사용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출시될 예정이다. 고피자 교대점 종업원은 로봇과 함께 일하며 아쉬운 점으로 청소의 불편함을 들었다. 매일 밤 매장을 정리할 때 알바고 로봇과 피자가 지나가는 컨베이어벨트 등을 모두 깨끗이 청소해야 하는데, 공간이 좁아 불편하다는 것이다. 단, 피자를 자르는 칼은 자동 세척이 지원된다.
이범진 고피자 미래기술연구소장은 "2.0 버전에서는 컨베이어벨트와 피자가 직접 닿지 않도록 설계하고, 자동 세척 시스템 적용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며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는 협동로봇 제작 목적에 맞게 위생과 편의 기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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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 소장은 '푸드테크 로봇을 활용한 자동 매장 컨테이너화'를 꿈꾼다고 밝혔다.
그는 "컨테이너형 매장을 만들고, 주문·요리 전 시스템을 협동로봇으로 자동화하고 싶다"며 "다관절 로봇이 음식을 만들어 포장한 뒤 테이크아웃 서랍에 수납하면, 고객이 QR코드를 인식해 가져가는 모습을 상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