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알뜰폰사업자를 인수하며 통신시장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중소알뜰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토스는 지난 21일 알뜰폰사업자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절차는 다음달 중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토스 앱 내에 알뜰폰 판매채널을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 토스 앱을 통해 알뜰폰 요금제 검색과 개통 서비스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알뜰폰 가입 과정에서는 토스인증서를 활용한다.
금융권에선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 진출로, 토스가 가져올 파장에 중소알뜰폰사업자들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높은 인지도를 지닌 토스의 진출이 시장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마케팅·자본 모두 토스가 우위…공정경쟁 아니다"
중소알뜰폰사업자들 사이에서는 토스의 시장 진출에 당황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KB리브엠'의 성공으로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 등 기성 은행권의 알뜰폰시장 진출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토스와 같은 전자금융사업자의 진출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뜰폰업계에서는 토스의 진출이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알뜰폰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중소알뜰폰들도 일정 기간 0원 요금제 등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경쟁을 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메기라고 나타난 KB국민은행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쟁자인 토스가 나타났는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대기업들은 기존 중소알뜰폰사업자들에 비해 마케팅 능력이나 자본이 있기 떄문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 알뜰폰사업자들이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선 판매점 연합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측도 토스의 알뜰폰 진출이 통신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표했다. KMDA 관계자는 "토스의 진출 이후 금융권 전체에서 통신시장 진입이 유행처럼 돼버리면 기존 통신매장들의 매출 감소 현상이 알뜰폰업계에서도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소알뜰폰사업자들의 시장 경쟁 상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네이버 광고에도 벌벌 떠는 중소알뜰폰사업자들의 퇴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30 금융 앱 '토스', 젊은층 수요 독식할까
2030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토스가 해당 이용층의 알뜰폰 수요를 독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2030세대에서 알뜰폰 가입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2030 이용층이 많은 토스 앱 내에서 알뜰폰 서비스 제공 시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토스의 경우 2030 이용자들이 많기 때문에 토스 앱을 통한 판매채널 독점은 사실상 2030 알뜰폰 수요를 독식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인지도·자본 면에서 중소사업자들과는 다른 선상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공정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토스는 앞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KB국민은행과 같이 통신과 금융을 연계한 요금상품을 대거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시행 이후 지정된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되면서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KB국민은행은 급여이체 실적이 존재하거나 청약 상품을 보유한 이용자들에게 KB리브엠 요금은 월 2천200원씩 할인해주고 있다. KB리브엠이 금융과 통신을 연계한 요금상품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출시 2년여만에 3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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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수 교수는 "금융기업들에게 알뜰폰은 주력 비즈니스모델이 아닌 일종의 연결 서비스에 불과하다"며 "기존에 KB국민은행이 제공하는 알뜰폰 서비스가 상당히 성공한 만큼 토스에서도 해당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사업 확장을 도모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토스의 경우 현재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는 방법 중 하나로 통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알뜰폰은 여러 부가서비스를 통해 일종의 락인 효과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