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최근 행보를 두고 관가 안팎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하위부처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원전 생태계 확대에 집중한 나머지 환경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지난 18일 발표한 '새 정부 핵심 추진과제'에서 원자력발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하고 원전을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산업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새 정부 업무 계획’과 유사하다. 산업부 역시 업무보고에서 원전 생태계를 조속히 복원하고 원전 일감 1천300억원을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두 부처의 업무보고가 동일하게 원전 생태계 복원에 주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특히 환경부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육성할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위한 사회적 수용성 문제 혹은 환경적 측면에 대한 고민도 담기지 않았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위원은 "RE100 확대와 ESG 공급망 실사 의무화 추진 등의 흐름을 보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곧 산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 분명한데 환경부는 국제적 흐름을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애초 산업부와 환경부는 견제가 잦았던 기관이다. 지난 2019년 환경부는 친환경차 보급목표제 도입을 두고 산업부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환경부는 자동차 업체에 일정 비율 친환경차 판매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산업부는 이미 전기차 판매율이 높은 상황에서 업계에 부담만 줄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산업부가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한다면 환경부는 국내 환경 규제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펼쳐왔다. 그런데 환경부가 정부가 바뀐 뒤 새 정부의 강력한 원전 생태계 복원 의지에 내몰려 환경부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의 '친산업' 행보는 한화진 장관 취임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한 장관은 지난 6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만나 '산업계규제개선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계에 탄소중립 유인책을 마련한다는 구색을 갖췄지만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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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위원은 "우리나라는 2022 기후변화성과지수 평가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한 국가"라면서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이번 행보는 기후위기보다 정권에 코드를 맞추는 것을 우선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순환경제, 녹색분류체계 등이 산업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보니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기본적으로 추진 중인 환경 규제 정책들은 일관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