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동작하는 양자 엔진 세계 첫 구현

서울대 연구진, "엔진 효율 획기적 향상 가능성 열어"

과학입력 :2022/07/22 00:00    수정: 2022/07/22 07:57

국내 연구진이 빛으로 동작하는 초방사 양자 엔진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초방사 양자 엔진은 열역학 법칙을 넘어서는 고효율로 일을 할 수 있어, 향후 고성능 엔진 개발과 광기반 역학장치 개발에 기여할 전망이다.

안경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팀의 이 연구 성과는 21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Natureu Photonics)'에 게재됐다.

초방사(superradiance)란 양자역학적으로 질서정연하게 구성·행동하는 원자들이 집단적으로 빛을 강하게 방출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강하게 방출된 빛의 압력으로 양자 영역에서 작동하는 엔진이 초방사 양자 엔진이다.

초방사 현상 등을 이용한 여러 형태의 양자 엔진이 이론적으로 제시됐으나 실험적으로 구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자 엔진이 동작하려면 순간적으로 초방사 현상을 켜고 끌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러한 제어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두 개의 거울로 구성된 공진기 안에서 다수의 원자들을 초방사를 일으킬 수 있는 양자 중첩상태로 만들고, 그들의 양자위상을 직접 제어하면 초방사 현상을 빠르게 켜고 끌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우선 양자 중첩상태의 원자를 준비하기 위해 체스판 모양의 나노 구멍 격자를 사용했다. 격자를 통과한 바륨 원자들에 수직 방향으로 상태 제어용 레이저를 쪼여, 구멍을 통과하는 원자와 공진기 간 상대적 위상이 모두 같아지는 양자결맞음을 구현했다. 이렇게 해서 원자들을 초방사 상태로 준비하고, 레이저와 공진기의 상대적 주파수를 조절해 원자들이 빛을 강하게 방출하는 현상을 빠르게 켜거나 끄는데 성공했다.

초방사 열기관 구현을 위한 실험(초방사 엔진을 위한 광학적 설계) 모식도 (자료=서울대)

이때 거울은 빛의 압력을 받아 일을 하는 엔진의 피스톤 역할을 한다. 초방사가 일어날 때 공진기가 팽창하고 초방사가 일어나지 않을 때 공진기가 수축하도록 해 광압의 차에 의해 엔진이 외부로 일을 할 수 있게 했다.

엔진은 일반 열역학적 엔진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원자가 방출한 빛의 압력에 의한 가열과 팽창, 냉각, 수축 등에 따라 잘 동작했다. 엔진 출력은 원자 수의 제곱에 비례했다.

팽창 과정에서 엔진의 온도는 15만도까지 올라갔고, 엔진 효율은 98%에 달했다. 기존 연구에선 엔진 온도가 최고 1만도, 엔진 효율이 48%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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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빛으로 동작하는 초방사 양자 엔진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첫 사례"라며 "원자들의 양자 중첩상태를 정밀하게 조절해 초방사 현상을 제어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원자물리 및 양자정보처리 등의 분야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엔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