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내에서는 아바타를 통한 이미지 조작 외에도 음성이나 채팅 기능이 동시다발적으로 활용되므로, 행위에 따라 현행법으로도 형사 처벌이 될 수 있습니다."
노경종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지난 13일 유튜브 생방송 '디토크'에서 이같이 말했다. '디토크'는 법무법인 디라이트와 스타인테크가 공동으로 기획 및 제작한 유튜브 방송으로, 격주 수요일 오전 11시 생방송한다. 문경미 스타인테크 대표가 진행을 맡아 시의성 있는 이슈와 관련된 법률 해석을 제공한다.
이날 방송에서 노 변호사는 ‘메타버스 공간 성범죄, 형사법적 처벌 어디까지’란 주제로 이야기 했다. 그는 “최근 이슈가 된 아바타 간 접촉은 현행법상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바타를 움직이는 중에 글을 쓰거나 음성 채팅 및 별도의 영상을 상대방에게 전송할 경우 기존 법에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검찰청 계간 논문집 '형사법의 신동향' 여름호에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성폭력 범죄와 형사법적 규제에 대한 연구' 논문이 발표된 바 있는데, 논문은 일상생활 공간을 그대로 구현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실제 같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성폭력 범죄가 빈발하는데도 관련 논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관련 논문에서 제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가상현실에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이용자가 그를 대신하기 위해 생성한 가상인물(아바타)를 이용해 다른 이용자의 아바타를 상대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동을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온라인 상의 성범죄 행동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은 물론, 성폭력 처벌법 및 그 대상이 아동청소년일 경우, 아청법상에도 처벌 규정이 있다”며 “다만 아바타를 상대로 하는 것은 법의 구성요건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고 이에 현행법상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노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지난 달 발의한 메타버스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개정안에 대해서도 최근 의견을 냈다. 이 개정안은 디지털 공간 내 성적 인격권 침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압수, 수색, 몰수, 추징 제도를 보완하는 성폭력처벌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 범죄 피해자 통지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담았다.
노 변호사는 “중요한 부분은 정보통신망법 부분”이라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내지 만족을 위한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언동을 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하는 것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향후 해석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와 같은 개정이 있을 경우, 메타버스 아바타 간의 성범죄를 의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현 시점에서 아바타의 행위 자유도가 현실의 사람이 하는 행위와 동등하게 평가될 수 있는지 의문이 있고, 사람의 행위와 아바타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느끼는 침해 정도가 다를 수 있어 자칫 과잉처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