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없이 온도 9도 낮추는 냉각 신소재

화학연-중앙대 연구진, 건물이나 자동차 냉각 활용 가능한 친환경 수동 복사냉각 소재 개발

과학입력 :2022/07/14 14:34    수정: 2022/07/14 14:35

에너지를 추가로 쓰지 않고도 에어컨처럼 건물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친환경 냉각 소재가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김용석·박찬일 박사·박초연 학생연구원, 중앙대학교 유영재 교수,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UCI) 이재호 교수 공동 연구팀이 다양한 분야의 냉각에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수동 복사냉각 소재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한국화학연구원과 중앙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친환경 수동 복사냉각 소재 기술이 게재된 국제학술지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2022년 5월호 표지

복사냉각은 나가는 복사에너지가 들어오는 복사에너지보다 많아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이다. 밤에는 태양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보다 지표가 내보내는 복사에너지가 많아 기온이 내려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수동 주간 복사냉각은 물체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전자기복사를 이용, 열을 방출하고 태양 빛은 반사해 물체 표면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에너지를 쓰지 않는 수동적 상태에서 낮에도 복사냉각을 유지하기 위해선 태양 빛을 95% 이상 반사하면서 열 방출은 용이하게 하는 소재 기술이 관건이다.

산소나 이산화탄소 등 지구 대기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0.8-25㎛ 파장의 적외선 영역 대부분의 열을 흡수하지만, 8-13㎛ 파장의 '대기창' 영역의 열은 오히려 투과시키는 특성이 있다. 대기창 영역의 파장을 내보내면 대기에 흡수되지 않고 방출돼 온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대기창 영역에서 물질의 방사율을 제어하면 열 방출을 극대화해 표면을 시원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수동 복사냉각 소재는 알루미늄이나 은 기판 위에 열 방출을 위한 구조체를 도입해 비싸고 충격에 약했다. 또 공정이 복잡하고 대면적화도 어렵다. 그래서 실제 건물에 응용하기 힘들었고, 분해와 재활용이 불가능해 환경 문제도 우려됐다.

화학연과 중앙대 공동 연구팀은 별도의 반사층 기판 없이 생분해성 고분자인 폴리락타이드(PLA) 안에 열유도 상분리 공정을 통해 계층적 기공 구조를 가지도록 설계했다. 마이크로 크기의 기공 안에 나노 크기의 기공이 계층적 형태로 형성됐다. 

이같이 기공 구조를 제어해 PLA 필름의 태양광 반사율 특성을 조절할 수 있을뿐 아니라, 열복사가 우수해 낮에도 복사냉각 효과가 뛰어난 신소재를 개발했다. 

옥외 직사광 아래에서 냉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냉각효율 관련 실험을 시연 중인 공동 연구팀 (자료=화학연)

이 소재를 옥외 테스트한 결과, 개발된 복사냉각용 필름은 여름철 직사광 아래에서 주변 온도보다 9℃ 가량 냉각됐다. 상용 화이트 페인트보다 냉각 효과가 우수했다. 미국 켈리포니아 어바인 대학에서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 기준 약 100m㎡ 면적 건물에서 연간 최대 8.6%의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분해성 소재라 향후 상용 페인트를 대체할 경우 건축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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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화학연 원장은 "이번 기술 개발로 소재 및 에너지 소자 분야 관련 기업과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에너지 절감 및 효율적인 열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연계형저탄소공정전환 핵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학술지 'ACS 서스테이너블 케미스트리 & 엔지니어링(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