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글로벌 넘버1 앤서링AI(QA)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포티투마루(42마루) 김동환 대표가 갖고 있는 포부다. 포티투마루는 검색 전문가들이 세운 스타트업이다. 2015년 10월 22일 설립됐다. 김 대표를 비롯해 공동설립자 4명은 20여년전 국내 검색 시장을 주도한 엠파스 출신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 대표는 딥러닝이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생각, 딥러닝 기반 검색회사인 포티투마루를 세웠다.
김 대표는 "대용량 검색 포털에서 20년 이상 상용화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만든 회사"라며 "멤버 한 명 한 명이 검색분야에서 인정받는 실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포티투마루는 아라비아 숫자 42와 마루를 합친 말이다. 마루는 꼭대기, 정상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42는 영국 SF소설(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단어다. '솔로몬의 반지'처럼 절대 지혜를 상징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슈퍼컴퓨터(Deep Thought)가 수백만년(750만년) 우주를 여행한 후 돌아와 세상 모든 질문에 대한 궁극적 해답으로 내놓은 말이 '42'다. 김 대표는 "딥러닝을 이용해 세상의 모든 질문에 답을 찾는게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라며 "회사 비즈니스와 잘 맞아 42를 사명에 썼다"고 설명했다.
포티투마루의 주력 사업은 '앤서링 AI(Answering AI)'다. '앤서링 AI'는 AI기반 자연어 처리로 딥러닝을 활용해 질문에 즉시 답을 줘 'QA'라고도 한다. 2세대 검색이 파인딩(finding)인데 반해 3세대 기술인 QA는 단 하나의 답(single answering)을 제시한다는데서 기존 검색과 차이가 있다.
김 대표는 "기존 검색은 키워드를 치면 답을 바로 찾아주는게 아니라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클릭해 들어가야 찾는 답이 나온다"면서 "하지만 앤서링 AI는 검색의 중간 과정을 뛰어넘어 질의에 바로 답을 찾아주며 이런 점에서 검색 대신 QA라는 말을 쓴다"고 들려줬다.

앤서링AI 시장을 개척해 리딩하고 있는 포티투마루는 2017년부터 이 분야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미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이 주관한 글로벌 기계독해(MRC) 경진대회인 'SQuAD2.0'에서 2018년 11월 구글 AI팀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또 2020년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최한 언어이해 경진대회인 'GLGE'에서도 1위에 올랐다. 두 대회 모두 국내 기업이 1등을 한 건 포티투마루가 처음이다. 이외에도 아마존이 개최한 AWS AI 챌린지 어워드에서 수상(2018년)했고, 세계적 권위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양 고성장 기업에 한국 AI 기업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포티투마루 지향점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글로벌 넘버1 QA 기업이 되는 거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국내 SW기업 중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이름을 떨친 기업이 없다"며 "이걸 우리가 해보고 싶다. 딥러닝이 있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래는 김 대표와 일문일답
-포티투마루 창립 배경이 궁금하다
"석사 졸업후 병특(병역특례)으로 당시 종합검색포털회사인 엠파스에 들어갔다. 엠파스에서 13~14년 정도 일했다. 이후 2009년 2월 SK가 운영하는 네이트와 통합됐다. 엠파스에서 개발자로 시작해 SK에서는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검색사업본부장까지 맡았다. 개발 뿐 아니라 전략, 기획, 마케팅, 세일즈 등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 다른 사람들이 평생하기 힘든 걸 다 해봤으니 운이 좋았다. 그래서 잠시 휴식기를 가진 후 IT말고 다른 걸 하려고 했는데 딥러닝에 꽂혀 포티투마루를 창업하게 됐다."
-딥러닝에 꽂혀 창업하게 됐다고?
"그렇다. 딥러닝이 나오면서 인공지능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나도 처음에는 딥러닝에 큰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였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자세히 공부해보니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대학때 배웠던 인공지능 기술이 아니였다. 기술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딥러닝을 공부하면서 '이거 평생가겠구나. 그동안 언어처리에서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다 해결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공동창업자가 4명인데 다들 아직 남아있다. 당시 우리한테 시드 투자를 한 회사가 지하철 2호선 서울대역 근처에 있어 이 곳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어떤 제품과 기술을 갖고 있나
"크게 다섯가지다. AI기반 질의 응답 솔루션(QA42), 텍스트 분석 및 인사이트 솔루션(TA42), 대화형 AI챗봇(CHAT42), 선도적인 자연어처리기술(NL42), 검색기술(서치42) 등이다. 이쪽(앤서링AI)으로 사업 아이템을 확실히 잡은 게 2017년이다. 그동안의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최근 패키지로도 공급한다. 고객사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찾아주며 계속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고객군도 넓어지고 있다. 첫 고객이 대우조선이었는데 선박, 제조, 금융, 법률, 헬스케어 등으로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첫번째 고객사인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신한라이프, 하나카드, 신한은행, 신한카드, KT, 법무법인 세종, 현대기아차, LG전자, SK이노베이션, LG유플러스, 문화부, 용인세브란스병원, NIA 등 다양하다."
-포티투마루와 같은 회사가 국내에 있나?
"국내 스타트업 중 AI앤서링 분야에서 우리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곳은 없다."
-새로 보고 있는 사업 영역은?
"음성인식(STT)과 OCR이다. 그동안 이 분야를 안했다. 이 분야는 기술적으로 상향평준화돼 있다. 기술보다 상용화, 즉 누가 학습데이터를 얼마나 잘 만드냐가 중요한 시장이다. 음성인식용 학습데이터가 광범위하다. 미국도 이 분야에 일년에 1조, 10년간 10조를 투자했는데도 모자란다고 한다. 음성분야는 우리가 이제 막 개발에 착수했다. QA엔진은 우리가 국내 최고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이들 분야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투자 유치는 얼마나 했나
"시드와 시리즈A까지 받았다. 매출이 나오기 때문에 투자를 많이 받지 않았다. 네이버 계열 스타트업 전문 VC인 스프링켐프와 KDB 산업은행, 하나금융투자, IBK 기업은행, 웹케시금융그룹, 하나은행 등이 투자했다. 외국 투자사도 있다. 영국계 글로벌 액설러레이터인 테크스타가 투자했다. 우리는 길고 크게 본다. 빨리 성장해 빨리 엑시트하려 하지 않는다."

-해외 시장으로 미국보다 유럽을 보고 있다던데....
"우리 투자사 중 하나인 테크스타는 미국계 Y컴비네이터에 이어 글로벌 2위 엑설러레이터다. 유럽에서는 Y컴비네이터보다 테크스타를 더 알아준다. 유럽은 딥러닝 기반으로 새로 시작하는 시장이다. 미국과 다르다. 미국에는 구글과 MS가 우리처럼 B2B가 아닌 B2C로 경쟁하고 있다. 구글이 쌓은 데이터가 엄청나다. 이걸 다 딥러닝으로 바꾸려면 엄청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우리가 스타트업인데다 시장이 아직 초기라서 선점 효과를 보기 위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또 유럽에서 승부를 보려 한다. 마침 유럽은 검색이 약하다. 구글이 장악을 해버려 유럽 기업이 검색을 안한다. 런던에서 레퍼런스를 만들면 파리에 진출하는 등 미국보다 먼저 유럽에서 성공 레퍼런스를 만들거다. 우리 전략은 산업별로 성공적인 도메인 깃발을 꼽는 거다. 미국은 나라는 하나지만 자동차는 디트로이트, 금융은 뉴욕 등 각 산업별로 우세 지역이 달라 그만큼 비즈니스 하기가 더 힘들다."
-코로나로 원래 계획한 유럽 진출이 차질을 빚었다던데
"테크스타에서 투자를 받고 2018년에 영국 현지에서 5개월간 멘토링을 받았다. 이때 생각한게 나스닥 상장이다. 국내 상장(IPO)보다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먼저 성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북미로 가 나스닥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당시 세웠다. 영국에 지사도 2019년 설립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이 계획이 올 스톱됐다. 코로나가 장기전으로 갈 것 같아 나스닥 보다 국내 IPO로 방향을 선회했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테크위크에 다시 참가했다. 유럽 도전을 다시 시작한 건가
"몇 주전 2년만에 런던 테크위크에 다시 참가했다. 런던 테크위크는 매년 6월 초중순에 일주일간 열린다.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그 중 하나가 AI만 하는 'AI서밋'이다. 런던 테크위크를 시작으로 유럽쪽 B2B 시장이 열린다. 딥마인드에서 보듯 유럽이 AI원천기술은 괜찮다. 하지만 상용화는 실리콘밸리에 뒤진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상용화도 유럽이 많이 올라왔더라. 한가지 다행인 건 우리가 하는 언어처리 분야는 아직 눈에 띄는 기업이 없더라. 우리가 하는 것 중 요소요소를 하는 스타트업은 보였지만 우리처럼 토털솔루션을 하는 기업은 안보였다. 앞으로 영국 현지 기업과 협업하면 좋을 듯하다."
-IPO는 언제 하나?
"국내 IPO로 방향을 바꾼 후 2020년말 주관사를 선정했다. 내년초 IPO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해외 시장이 다시 열리고 있는데 여러 옵션을 계속 고민중이다."
-앤서링AI 분야 국내외 시장 및 기술 동향은 어떤가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보면 언어 처리나 텍스트 분석에서 시작해 시그널프로세스, 음성, 영상 순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딥러닝은 거꾸로다. 비전이나 이미지를 많이 연구했고, 이 분야는 상향 평준화된 양상이다. 반면 언어처리 쪽은 이미지와 동영상보다 늦게 갔는데 최근 활발히 다뤄지고 있다. 언어는 눈에 보이는 것 외에 사람의 지적 능력이 투영돼야한다. 기사와 인터뷰를 예로들면 쓰는 사람이 어떻게 하는냐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 언어AI는 사람의 지적 능력과 사고가 같이 가야 하는 분야라 더 어렵다. 대기업을 포함해 국내서 언어AI를 하는 곳은 2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포티투마루 기술 경쟁력은?
"스쿼드(SQuAD)라고 스탠포드대학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2018년 11월 구글과 함께 1등을 했다. 요즘은 리더 보드가 자주 바뀐다. 당시 1등을 한 후 상용화에 주력했고, 현재의 제품들이 나오게 됐다. 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1등을 한 건 우리가 처음이다."
-인력 경쟁력은 어떤가?
"포티투마루는 스타트업이지만 멤버 한명 한명이 검색 분야에서 인정받던 전문가들ㅇ다. 스타트업은 팀워크가 중요하다. 나하고 오랫동안 같이 일했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다."
-MS가 개최한 언어AI 대회에서도 1등을 했다던데
"작년하고 올해 우리가 1등을 했다. MS 행사는 언어 제너레이팅, 즉 언어 생성 모델로 1등을 했다. 언어 생성은 난이도가 더 높다. 문서에서 무언가를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언어처리 영역에서 새로 접근하는 기술이 언어생성이다. 지난 60년간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영역이다. MS대회 역시 국내 기업이 1등을 한 건 우리가 처음이다."
-AI검색과 기존 검색의 차이는 뭔가?
"AI기반으로 가면 검색이라는 말을 잘 안쓴다. 질적으로 다르다. 기존 검색은 키워드(자연어)를 치면 바로 찾아주는게 아니라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클릭해 들어가야 한다. AI기반 QA(앤서링AI)는 이와 다르다. 기존 검색과 달리 질의가 들어오면 바로 답만 찾아준다. 그것도 즉시 찾아준다. 그래서 검색 대신 QA나 앤서링이라는 말을 쓴다. 이전에는 서치라는 말을 썼다. 정보검색, 정보탐색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시작한 2017년만해도 QA라는 용어를 업계는 물론 학계서도 잘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QA와 MRC가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세계 최고 QA 기업이 되는게 우리 비전이다."
-앞으로 나올 제품은?
"그동안 협업하던 음성인식이나 OCR은 협력을 확대하거나 내재화할 계획이다. 텍스트 분석을 하는 TA는 이제 시장이 초기다. 우리가 하는 TA는 콜센터 상담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텍스트를 분석하는 텍스트QA다. 앞으로는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질문하면 답을 찾아주는 비주얼QA(VQA)가 뜰 것 같다. 이런 쪽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과제로 아직 세계 어디에서도 상용화하지 않은 기술을 개발중이다. 연말까지 시범서비스 하고 내년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NIA에서 이런 과제가 나와 깜짝 놀랐다."
-5년후나 10년후 회사 비전은
"엔터프라이즈(B2B) 시장에서 글로벌 넘버1 QA 컴퍼니가 되고 싶다. 아직은 B2C를 할 생각이 없다. 또 하나는, 국내 기업 중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SW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한 곳이 없다. 우리가 이걸 해보고 싶다. 딥러닝이라는 학습기제가 있어서 이게 가능하다."
-프라이빗한 질문 좀 해보자. 만찬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면 누구를 왜?
"직원들이다. 다들 대기업에서 인정받던 사람들인데 나를 믿고 고생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한 분야(도메인)만 하면 편할텐데, 리소스도 부족한데 내가 계속 새로운 거 하자고 하니 직원들이 힘들어 한다.(웃음)"
-롤 모델이나 영향을 받은 책과 영화는?
"롤 모델은 따로 없다. 영화는 개발자다보니 새로운 영감을 주는 SF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히치하이커와 1982년 나온 SF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기억에 남는다. SF영화는 개발자로서 미래 사회를 상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엔 경영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깊게 읽기보다 내가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보는 편이다."
-취미와 좌우명은?
"창업이전에는 다양한 분양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특별한 취미가 없다. 최근엔 많이 걷고 있다. 골프는 하지 않는다. 이전엔 바이크나 등산을 했다. 바이크 타다 넘어진 적이 있는데 투자사들이 CEO 리스크가 있다며 타지 말라고해 안타고 있다.(웃음). 걷는게 좋은 것 같다. 걸으면서 많은 걸 생각한다. 이렇게 시간을 내지 않으면 사는데로, 또 회사가 돌아가는데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걷는 시간을 낸다.
내가 심할때는 15분 단위로 회의를 한다. 정말 시간이 부족하다. 특별한 좌우명은 없지만 어릴때부터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 중 노자의 무위자연에 관심이 많다. 무위자연은 아무것도 안하는게 아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처럼 순리대로 사는 거다. 순리에 따라 회사도 운영하고 성과도 내려 한다. 기초를 탄탄히 하면 언젠가 기회가 오고 인정을 받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