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게는 한쪽만 크게 발달한 집게와 함께 길쭉하게 위로 솟아난 눈이 특징이다.
농게는 튀어나온 눈의 모든 면이 아주 작은 홑눈들로 덮여 있어 한번에 사방을 모두 볼 수 있다. 또 물 안과 밖 모두에서 이미지 왜곡 없이 물체를 정확하게 볼 수 있다.
농게가 조석 변화에 따라 해수면이 낮아지면 수면 위로 노출되고 해수면이 높아지면 수면 아래에 잠기는 조간대에서 살 수 있는 이유다.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송영민 교수팀과 서울대 화공생명공학부 김대형 교수팀은 이러한 농게의 겹눈 구조를 모방, 이미지 왜곡 없이 물 속과 밖에서 360도 전방위로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초소형 수륙양용 카메라를 개발했다.
실제 물에 담근 채 영상 테스트까지 마쳤다. 기존 360도 카메라의 한계를 보완하고 VR 기기나 자율주행차량의 비전 센서 등 다양한 영상 장비에 활용이 기대된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11일(현지시간) 실렸다.
■ 이미지 왜곡 없는 360도 카메라 개발에 도전
주변 사방을 모두 담는 360도 카메라 개발은 하드웨어의 한계 때문에 이미지 왜곡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각 카메라의 센서 정보를 연결하는 후처리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카메라에는 표면이 곡면인 렌즈가 쓰이는데, 광 굴절 현상 때문에 하나의 광학 시스템에선 물 속과 밖의 영상을 동시에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 넓은 범위의 피사체를 이미지 왜곡 없이 담는 광각 기능 구현에도 어려움이 있다. 화각이 넓은 광각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에 최대한 넓은 범위의 피사체 상(像)이 맺히도록 렌즈 표면이 많이 휘어진 고굴절 렌즈를 많이 쓴다. 이러한 렌즈 구성 때문에 렌즈 중앙과 외각에서 굴절 차이가 생겨 이미지 센서에 왜곡된 이미지가 투영된다.
메타버스 구현에 사운을 걸고 있는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나 열화상 카메라 및 센서 설계 전문기업 텔레다인 플리어 등 글로벌 기업들도 360도 카메라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게의 눈에 주목했다. 농게처럼 물 속과 물 밖 양쪽에서 물체를 정확히 보기 위해선 초점 거리가 늘 같아야 한다. 그래서 농게 눈에 있는 렌즈는 일반적 렌즈와 달리 표면이 편평하다. 표면이 편평하면 빛을 모을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기 위해 표면 내부에 곡률과 굴절률이 서서히 바뀌는 구배형 렌즈(graded index lens)의 형태로 구성돼 있다.
■ 물 안팎에서 360도 주변 환경 정확히 보는 농게 눈 모방
연구팀은 농게처럼 표면이 편평하면서 굴절률이 서서히 변하는 렌즈개발에 도전했다. 편평형 마이크로렌즈를 이미지 센서와 결합하고, 1개의 마이크로렌즈와 1개의 포토다이오드로 구성된 광학시스템을 지름 약 2㎝인 공 모양 구조물 안에 200여 개 집적해 왜곡이 없는 광각 카메라를 개발했다. 홑눈들이 모인 농게의 눈을 모방한 광학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200여 개의 포토다이오드를 구형으로 배치하고, 각 포토다이오드에 편평형 마이크로렌즈를 배치해 각각의 센서 정보를 연결하는 후처리 및 광학 렌즈에서 발생하는 왜곡의 문제를 해결했다.
또 편평형 마이크로렌즈를 배치할 경우 낮아지는 굴절력을 향상시키고 수차를 보정하기 위해 굴절률이 연속적으로 변하는 4개의 렌즈로 구성된 구배형 마이크로렌즈를 제작했다. 하나의 완성된 렌즈 위에 서로 다른 굴절률을 갖는 고분자를 여러 번 코팅하는 방식을 썼다.
이를 통해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물 속과 물 밖에서 영상 화질을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기존 광각 카메라보다 이미지 왜곡은 감소함을 이론적·실험적으로 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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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민 교수는 “연구실 단계에서 제작할 수 있는 포토다이오드와 마이크로렌즈의 크기 제한과 렌즈 정렬의 한계를 개선하면 보다 높은 해상도와 성능을 가진 360도 카메라를 자율주행 자동차 비전시스템이나 기존 360도 카메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및 이공분야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기초과학연구원외부연구단 및 GIST-MIT 공동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