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레거시 미디어로 분류돼 있는 실시간 방송을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 방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학회는 7일 서울 중구에서 '한국방송산업 발전을 위한 실시간 방송 생태계 발전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주정민 전남대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산학연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에는 김정현 고려대 교수,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변상규 호서대 교수, 하주용 인하대 교수가 참여했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 "실시간 방송 육성해야 OTT도 발전할 수 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OTT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 대부분 지상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제작한 것들인 만큼 실시간 방송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OTT 육성 정책은 있지만 실시간 방송을 육성하는 정책은 없다"며 "방송법을 개정하는 등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육성하고 장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토종 OTT는 지상파 방송과 PP 콘텐츠를 잘 활용해 글로벌 OTT와 싸워야 한다"며 "실시간 방송 체계가 무너지면 OTT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정부가 실시간 방송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에 대해 담론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위원은 "현재 국정과제는 모두 OTT에 쏠려있다"며 "정부는 전통적인 매체가 다수 존재하는 실시간 방송이라는 큰 영역에 대해 활성화 정책을 먼저 제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OTT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는 글로벌 OTT가 아닌 국내 OTT를 살리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봤다. 이 전문위원은 "넷플릭스 등 해외 OTT의 점유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국내 OTT가 아닌 글로벌 OTT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고려대 교수는 실시간 방송 생태계가 약화되면 근본적인 방송 환경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실시간 방송 업계에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실시간 방송 기반이 약화되면 지상파나 PP가 단순히 OTT에 콘텐츠를 유통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실시간 방송 생태계를 활성화해 OTT와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콘텐츠 제작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돼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이것이 다시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되는 '인센티브 매커니즘 디자인'이 필요하다"며 "세제지원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시청환경 바뀌고 있어…실시간 방송 왜 중요한지 생각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디어 이용 행태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런 환경에서 실시간 채널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미디어 이용 행태가 모바일로 변화하고 있으며, 시공간과 관계 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흔한 환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문화적 가치 등으로부터 실시간 채널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가짜뉴스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실시간 채널의 경우 가짜뉴스를 한 번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재난방송처럼 실시간으로 접해야만 하는 정보들을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OTT에 쏟는 관심만큼이나 실시간 채널이 갖고 있는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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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용 인하대 교수는 "OTT와 실시간 채널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국가 정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OTT 활성화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며 "실시간 방송이 우리 사회에 갖는 여러 의미와 기능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여전히 실시간 방송이 수행하는 사회적 가치와 공적 가치가 적지 않고, OTT 등 다양한 신산업의 근간이 되는 만큼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세제지원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