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빠른 시일 내 'RE100'(재생에너지100% 사용)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와 인도, 베트남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실제 참여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기업의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5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대한 빠르게 RE100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제조 거점만 해도 30개가 넘는 상황에서 각 나라마다 전력 사정과 재생에너지 구매 조건이 달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 등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한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100% 달성했지만, 국내를 포함한 인도, 베트남 등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더딘 상황이다.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 인도 사업장의 재생 에너지 전환은 오히려 역행했다. 지난해 인도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23%로 전년보다 5%p 줄었다. 인도에서 휴대폰과 가전 일부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을 추가 발굴해 2025년까지 100% 전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생산 거점인 국내와 베트남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업계는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 비율을 3%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는 전체 전력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한 자릿수(약 8%, 통계청)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 구매 자체가 쉽지 않다"며 "전력을 많이 쓰는 반도체 공장 대부분이 한국에 있는 만큼, 저전력 반도체 공정, 화학물질·가스 방출 저감 등부터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 상용화로 저전력 반도체 제품을 구현하고, 3나노 공정에 전류 흐름을 세밀히 조절하는 기술을 적용해 5나노 대비 전력소모를 50% 줄인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공정을 개선해 온실가스 603만톤을 감축했다.
하지만 전체 사업장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늘어났다. 지난해 배출량은 1천 740만톤CO₂e으로 전년 보다 17%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온실가스 감축량 및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신규 반도체 제조 라인의 확대 및 본격적인 가동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했다"고 지속가능보고서에서 밝혔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에 2017년 반도체 생산 공장 1라인을, 2020년 2라인을 완공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3라인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4·5라인도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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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참여를 위한 실질적인 여건 조성을 위해 공공 영역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내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너무 낮고, 단가도 비싸 RE100 달성이 어렵다"며 "국내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박을 점점 더 받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국가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조성, 기업의 책임의식이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