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 데이터는 전체 데이터 중 20%밖에 안됩니다. 앞으로는 80%를 차지하는 비정형과 반정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고윤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지능데이터본부장은 한국데이터산업협회(KODIA, 회장 이형칠)가 한국무역협회(회장 구자열)와 공동으로 28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빅데이터 트렌드 및 산업 적용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고 본부장은 NIA에서 세간의 관심이 큰 AI학습용 데이터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당국은 올해만 이 사업에 5천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2017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으로 현재 약 5억여건(190종)의 데이터가 구축돼 있다.
고 본부장은 향후 정책 방향으로 "정부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민간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SaaS(SW를 인터넷으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나 PaaS(SaaS를 운영하는 플랫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축적하기 보다 어떻게 유통하고 활용할 까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마이데이터 기반 개인 중심 데이터 관리 및 산업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기업에 대해 "스스로 막대한 데이터를 만들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당국과 코웍(co work)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데이터를 먼저 활용하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공지능(AI)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네가지 요소도 제시했다. 알고리즘(맨파워)과 컴퓨팅 파워, 데이터, 비즈니스 전략이다. 그는 "이 네가지를 잘 갖춰야 글로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AI 투자 동향도 소개했다. 2019년 기준 AI 스타트업 투자는 2235건에 265억달러(약 32조원)로 전년보다 45억달러 증가했다. 특히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IT기업의 AI기업 인수도 활발했다. 애플의 경우 29건, 구글과 마이크로스프트도 각각 15건과 13건에 달했다. 페이스북과 아마존은 각각 12건과 7건을 기록했다.
고 본부장은 시장조사기관 자료를 인용해 "글로벌 AI 투자 비중은 중국이 44%로 41%인 미국을 앞섰다"면서 "아시아태평양 AI시장 규모도 계속 가파르게 증가해 2017년 60억달러에서 2025년 136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AI스타트업 분야 유명 조사시관인 미국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0억 달러 이상 AI유니콘은 46개다. 2016년 4개에서 2017년 10개, 2018년 19개, 2019년 24개, 2020년 46개로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었다.
고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전자상거래, 공유 숙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고 있지만 AI 분야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진단하며 "세계 AI 유니콘은 머신러닝(ML)과 AI 구축, 개발, 배포를 통한 여러 산업간 솔루션 제공 기업이 대다수"라고 해석했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망 AI스타트업 100곳 중 미국이 65개로 가장 많고 캐나다와 영국이 각 8개로 뒤를 이었다. 이어 중국과 이스라엘이 각 6개와 3개, 독일과 스웨덴이 각 2개였다. 우리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고 본부장은 유망 AI스타트업으로 오로나를 꼽으며 "구글 자율주행과 테슬라 오토파일럿, 우버 인식기술을 합쳤다"면서 "오로나 드라이버는 세계 어떤 차량이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게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계, 데이터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 AI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를 소개하며 "머신러닝 및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상을 가속화하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세서인 IPU(Intelligence Processing Unit)를 개발했다"면서 "CPU나 GPU 등 기존 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프로세서에 직접 메모리를 배치해 AI학습 및 추론 모델을 메모리 간 전송 지연없이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와 관련해 국내 데이터 정책과 국가별 데이터 정책을 짚은 후 "2020년 국내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는 20조원이며,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3.3%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NIA가 과기정통부와 함께 수행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소개하며 "2019년 금융, 환경, 문화, 교통, 헬스케어, 유통, 통신, 중소기업, 지역경제, 산림 등 10개 분야에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면서 "2020년에는 해양수산, 소방안전, 농식품, 라이프로그, 스마트 치안, 디지털산업혁신 등 6개 분야를 추가해 빅데이터 플랫폼이 16개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학습용 데이터를 언급하며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 경쟁력 향상과 신규 비즈니스 창출 등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고 본부장 외에 데이터와 AI기업들 발표도 이어졌다. 윕스 최창남 부문 대표가 '기술, 산업 융합 빅데이터 활용 디지털 전환 인사이트'를 주제로, 와이즈넛 이석원 전무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및 사례'를 각각 소개했다. 최 부문 대표는 DX는 데이터라면서 "막연한 데이터가 아니라 신뢰성과 영향력, 즉시성, 활용가치가 있는 데이터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윕스는 120개국의 지재권을 실시간으로 수집 및 가공해 서비스하는 회사다. 최 부문 대표는 윕스의 빅데이터 기반 융합데이터 통합서비스인 '빌드(Build)'를 소개하며 "디지털 전환의 시작과 끝은 데이터"라고 밝혔다. 이석원 와이즈넛 전무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반영한 판매전략 변화를 설명한 후 "뜨거운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 메타빌드 박종세 이사가 '현실과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 DX'를 주제로, 티스리큐 박병훈 대표가 '빅데이터 인공지능 통합플랫폼 의료분야 적용 사례'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KODIA와 한국무역협회간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 및 디지털 전환(DX)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식과 디지털전략을 위한 컨설팅 행사도 함께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