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4주년이다. 지난 4년간 LG 안에서는 만년 2등, 우유부단, 슬로무버라는 패배주의가 사라지고, 대신 일등주의, 실용주의, 뉴LG, 고객가치 등 미래지향적인 단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지난 4년간 미래 먹거리 신사업을 적극 키우며 전반적으로 B2C 기업에서 B2B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휴대폰, 태양광 사업 등 이른바 한계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그 대신에 로봇, OLED, AI(인공지능), 바이오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또 신성장 사업인 배터리, 전장 등을 확대하기 위해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경영 행보는 구 회장이 과감한 결단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젊은 경영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 '선택과 집중' 내실 다지고, 실적도 키웠다
구광모 회장은 2018년 5월 20일 갑작스레 타계한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후임으로 같은해 6월 29일 취임했다. 지난 4년간 구 회장은 돈이 안되는 적자 사업은 과감히 접고, 미래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내실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최대 매출, 최대 영업이익 성과로 이어지면서 외형적인 규모도 함께 성장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LG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167조5천억원으로 구광모 회장 취임 첫 해인 2018년 123조1천억원보다 36% 늘었다. LG그룹의 시가총액 또한 몸짓이 커졌다. 2018년 6월 구 회장 취임일 당시 88조7천억원이던 LG그룹 시가총액은 6월 27일 기준으로 196조7천억원을 기록하며 4년만에 121% 성장했다.
7개 상장사의 매출액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79조원으로 약 28% 증가했다. 영업이익 또한 4조6천억원에서 15조8천억원으로 244% 성장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졌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실적만 보더라도, 지난해 매출 74조7천21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매출 70조원을 돌파했다. 그 중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은 매출 27조원을 달성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월풀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29조8천700억원, 영업이익 2조2천300억원을 달성하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LG그룹은 주요 수입원인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전자·화학·통신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 CNS(IT서비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부동산), LG경영개발원(경제·경영 자문서비스), LG스포츠(스포츠서비스), LG홀딩스(부동산 임대업) 등 총 9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계열사는 총 73개다.
■ 휴대폰·태양광, 적자사업 과감한 정리…실속 챙겼다
구광모 회장은 LG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며 새로운 먹거리인 미래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LG그룹이 지난 4년간 그 어느때 보다 사업 매각·철수와 인수·합병이 가장 활발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구 회장 취임 후 LG가 매각하거나 철수한 사업만 10여개에 달한다.
LG가 철수한 사업 중에서 모바일 사업(MC 사업부)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LG전자는 26년간 매달려온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지난해 4월 공식 발표했고, 같은해 7월 완전 종료했다. 휴대폰 사업은 23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누적적자만 5조원에 달하자 구 회장은 오너로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 외에도 LG전자는 ▲2018년 9월 수처리 사업 매각 ▲2019년 2월 연료전지 사업인 자회사 LG퓨얼시스템즈 청산 ▲2022년 2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로 인한 사업환경 악화로 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 ▲2022년 3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합작사 '알루토'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4월 조명용 OLED 사업에서 철수했고, 같은해 12월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 사업을 1조3천억원에 매각했다. LG화학은 2020년 6월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사업을 3천560억원에 매각했으며, 2020년 2월에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를 1조3천억원에 팔았다.
지난해 5월에는 ▲LX인터내셔널(전 LG상사) ▲LX하우시스(전 LG하우시스) ▲LX세미콘(전 실리콘웍스) ▲LX MMA(전 LG MMA) ▲LX판토스(전 판토스) 등 5개 회사를 중심으로 LX그룹을 계열 분리했다. 이 또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결정이다. LX그룹과 계열 분리 후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LX는 반도체·물류·상사 사업을 담당한다.
■ 전기차 배터리·전장·로봇·AI·바이오…미래 사업에 적극 투자
구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전장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인수합병(M&A), 합작법인(JV)을 통해 전략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2018년 8월 LG는 구 회장 취임 2개월 만에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 인수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글로벌 3위 자동차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합작법인 'LG 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출범시켰다.
이 외에도 전장과 관련해 2021년 9월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 보안기업 '사이벨럼'을 인수했다. 지난 27일에는 GS에너지, GS넥스원과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 지분을 60% 인수하면서 전장 포트폴리오를 완성시켰다. LG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충전기 개발 역량을 내재화하고, 연내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LG의 전장 사업은 향후 배터리 분야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LG는 ▲2019년 12월 LG화학이 미국 GM과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설립 ▲2021년4월 LG에너지솔루션이 GM, 전기차 배터리 제2합작공장 설립에 각각 1조원을 출자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는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클린테크 등에도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LG는 국내에서만 2026년까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06조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투자액 중 48조원을 R&D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전체 투자액의 40%인 43조원은 미래성장 분야에 집행된다.
일례로 LG는 2020년 12월 출범한 LG AI 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와 관련해 LG화학은 세포 치료제 등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임상개발 단계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일찌감치 투자한 OLED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는 OLED TV를 400만대 이상 출하했으며, 올해 1분기 출하량은 92만4천600대를 기록하며 전년 보다 17% 증가했다. 전세계 OELD TV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62%를 차지한다.
■ 글로벌 경제위기, 본격적인 경영 평가는 이제 시작...'고객가치' 강화로 돌파구 마련
구광모 회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냉정한 경영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물류비, 원재료비 상승, 환율 인상 등 유례없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직면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구 회장도 지난 23일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비상경영을 주문했다. 또 LG는 지난달 30일 LG전자 HE사업본부를 시작으로 약 한 달간 ‘전략보고회’를 순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번 전략보고회도 구 회장이 직접 주재해 중장기 투자를 점검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객가치’ 강화를 통한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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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은 취임 이후 '고객가치 실천'을 경영 철학으로 강조해 왔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구 회장은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고객 가치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변화에 민첩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최고경영진 워크숍에서 구 회장은 "코로나 이후 기업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이런 때 일수록 우리가 그 동안 흔들림 없이 추진해 온 '고객 가치 경영'에 더욱 집중해 사업의 경쟁력을 질적으로 레벨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