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원인으로는 주로 뇌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 찌꺼끼가 거론된다. 치매 치료 연구 역시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런 가운데, 아밀로이드 베타가 아니라 뇌 속 별세포에 있는 요소회로의 작용이 치매촉진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로운 치매 치료법 개발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이창준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 및 주연하 박사 연구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 연구소 류훈 단장 연구팀과 함께 별세포 안에 요소회로가 있음을 확인하고, 요소회로의 활성화가 치매를 촉진함을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 뇌 속 별세포에 아밀로이드 찌꺼기 쌓이면 알츠하이머 유발
별세포(astrocyte)는 뇌세포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알츠하이머나 염증 등으로 별세포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쌓이면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한 '반응성 별세포(reactive astrocyte)'가 된다.
요소회로는 유해한 암모니아를 해독하여 소변의 주성분인 요소를 생성한다. 주로 간과 신장에 있는데, 이번에 뇌 별세포에도 요소회로가 있음을 연구진이 발견했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전달물질의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MAO-B' 효소를 발현하고, 이 효소가 푸트레신에서 가바(GABA)를 생성해 기억력 감퇴를 일으킴을 보고했다.
GABA는 흥분한 신경을 억누르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뇌 대사와 순환 촉진작용을 한다. 푸트레신은 유기체에서 아미노산의 붕괴에 의해 생성되는 독성 물질이나, 체내에 분포해 세포의 생장이나 RNA 합성을 촉진하는 작용도 한다.
하지만 반응성 별세포에서 푸트레신이 늘어나는 기전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 암모니아 해독 순기능이 치매 유발 역기능으로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찌꺼기로 인해 암모니아가 발생하면, 이를 해독하기 위해 요소회로가 반응성 별세포에서 활성화된다. 이는 다시 푸트레신과 GABA 생성을 유도해 치매를 유발함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독성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처리한 별세포에서 요소회로를 이루는 효소인 OTC, ARG1, ODC1 등의 활성과 발현량이 증가하고, 합성된 요소의 양도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러한 요소회로 활성화는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에서도 발견됐다.
이중 ODC1은 요소회로와 요소회로 최종 생산물인 푸트레신 및 GABA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별세포에서 ODC1을 억제시키자 요소회로를 통해 생성되는 푸트레신과 GABA가 감소하고, 알츠하이머 모델 생쥐의 기억력도 회복됨을 확인했다. 암모니아를 없애는 작용은 유지하면서, 치매를 일으키는 푸트레신 및 GABA는 줄여 기억력을 회복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반응성 별세포가 요소회로를 통해 분비하는 GABA와 기억력이 반비례 관계임을 보여준다. 암모니아를 해독하는 순기능을 가진 요소회로가 치매에 악영향을 주는 GABA를 촉진하는 양면성을 지님도 보였다.
이번 연구로 별세포 요소회로의 ODC1 효소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도 기대된다. 임상 실험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도 중증 치매가 지속되는 기존 치료법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했다.
이창준 단장은 "치매가 진행되며 생긴 뇌 염증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도 남는다는 점이 아밀로이드 베타를 겨냥한 기존 치료법이 성과를 보지 못한 이유"라며 "뇌 염증의 주요 구성요소인 반응성 별세포의 요소회로 작용으로 생긴 GABA 등의 물질이 기억력 감퇴를 일으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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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 작용하는 ODC1을 억제할 타겟 신약물질 탐색에도 들어갔다. 전임상 시험을 통해 ODC1 효능과 독성 등을 확인하고, 신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 연구는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23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