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하락장에 '디파이' 곳곳에서 위험 신호

자금 청산 움직임 차단 조치 잇따라

컴퓨팅입력 :2022/06/22 12:56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되자 암호화폐를 토대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들 곳곳에서 위태로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고수익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지만,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자금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테라 꼴 날라…잇따라 대규모 자금 청산 방어

뱅크런 위험이 제기된 곳은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네트워크다. 셀시우스는  지난 12일부터 암호화폐 인출, 교환, 송금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셀시우스는 이더리움(ETH) 예치 시 받는 stETH 기반으로 다시 ETH를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이를 이용해 ETH 예치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자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1대1로 교환돼야 하는 ETH와 stETH 유동성 풀 간 불균형이 나타났다.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ETH 대량 인출 시도가 이어지자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암호화폐 예치 플랫폼 핀블록스도 출금 한도를 일 500 달러, 월 1500 달러로 지난 16일 제한했다. 가상자산 업계 헤지펀드인 쓰리애로우캐피탈(3AC)이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AC는 앞서 뱅크런이 나타난 '테라' 프로젝트로 투자 손실을 입고 난 뒤, 보유한 stETH도 지속적으로 인출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암호화폐 하락장에 따른 투자 손실 확대로 이런 위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3AC는 핀블록스 투자사 중 하나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바벨파이낸스는 자금 압박에 따라 대출 상환과 자금 인출을 일시 중단한다고 지난 17일 공지했다. 해당 플랫폼은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잔액 규모가 약 3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20일에는 유동성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업 운영 현황을 긴급 평가하고, 주요 거래자와 합의해 단기 유동성 압박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인출 재개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위험은 솔라나(SOL) 디파이 프로토콜 '솔렌드'에서도 불거졌다. 솔렌드의 경우 대규모 거래 계정에 대한 직접 통제를 시도했다.

이 계정은 솔렌드 전체 예치 풀의 95% 규모인 SOL 570만개를 예치하고 스테이블코인 1억 800만 달러 어치를 대출했다. SOL 가격이 22.3 달러 이하로 하락하면 해당 계정이 담보로 맡긴 SOL의 최대 20%가 청산될 예정이다. 

그런데 SOL 시세가 30 달러 이하로 지속 하락하면서, 청산이 현실화될 조짐이 보이자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을 예방하려 한 것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SOL 시세는 한때 27 달러 이하로도 떨어졌다가 22일 현재 35 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솔렌드는 지난 20일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해당 계정의 제어 권한을 개발사에 제공하는 제안을 투표에 부쳤고, 99.8%의 찬성율로 제안이 통과됐다. 다만 곧바로 이 제안에 반발하는 반응이 나타나면서 이 제안을 뒤집는 안건이 투표에 부쳐졌고 99.8%의 찬성율로 통과됐다. 개발사가 중앙화된 기관 역할을 하려 든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게 나타난 것이다.

■금융계 "차익 매매 위주 코인 시장, 변동성 위험 노출"…디파이 투자 위험 지적

금융권에서는 일찍이 디파이가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위험에 대해 경고해왔다. 

지난해 12월 국제결제은행(BIS)은 '디파이 위험과 탈중앙화에 대한 환상'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핵심 속성인 레버리지는 변동성과 주기성을 증폭시킨다"며 "암호화폐 생태계에는 은행처럼 스트레스 상황에서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충격 흡수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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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는 투자자와 플랫폼 간의 연결을 끊을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키워 디파이의 기본 기능인 네트워크 유동성을 약화시키게 된다"고 문제삼았다.

앞서 자본시장연구원도 지난 1월 발간한 '디파이의 위험 요인과 국제 사회의 규제 동향' 보고서에서 "디파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 위험에 크게 노출되며,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 대비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