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셀틱스 NBA 우승 실패는 '시차증' 때문?

"동쪽 이동 홈팀 경기력 저하" 논문 발표…씨넷 "커리를 못 막았기 때문"

과학입력 :2022/06/21 10:59    수정: 2022/06/21 17:4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골든스테이트 팀의 우승으로 끝난 올해 미국 프로농구 NBA 파이널은 역대 최고 3점 슈터 스테픈 커리를 위한 무대였다.

커리는 리그 최고 수비 실력을 자랑하는 보스턴을 상대로 6경기 동안 평균 31.2득점을 기록했다. 우승을 결정지은 6차전에선 3점슛 6개 포함 34점을 쏟아 부었다.

특히 커리는 사상 첫 파이널 MVP까지 품에 안으면서 농구 황제 등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우승컵 옆에서 'Night night'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스테픈 커리. (사진=커리 공식 트위터)

스테픈 커리 뿐 아니라 클레이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 같은 뛰어난 동료들 역시 우승 특급 조력자였다.

그런데 시차증(desynchronosis)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11년 이후 10시즌 동안 NBA 정규 시즌 1만1400 경기를 조사한 결과 동쪽으로 이동할 경우 선수들의 경기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씨넷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동부 여행이 원정팀보다 홈팀에 더 악영향 끼치는 이유는

호주 모나시 대학의 수면 과학자인 엘리서 페이서 차일드 등이 저술한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생리학 최전선'(Frontiers in Physiology)에 게재됐다.

논문 저자인 엘리스 페이서-차일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동부 해안 지역에 있는 팀들에게 특히 걱정거리다”고 설명했다.

원정경기를 치른 뒤 홈으로 돌아오게 되는 동부 팀들은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갖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이다.

NBA 파이널 5차전은 골든스테이트 홈 구장인 체이스센터에서 열렸으며, 6차전은 보스턴 홈 구장 TD 가든으로 자리를 옮겼다.

체이스센터는 서부 도시 샌프란시스코, TD가든은 동부 도시 보스턴에 자리 잡고 있다. 보스턴은 샌프란시스코보다 3시간이 빠르다. 

NBA 파이널 6차전에서 골밑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스테픈 커리. (사진=NBA 중계화면 캡처)

저자들은 논문에서 구체적인 경기력 수치를 비교했다.

논문에 따르면 서부 원정경기를 떠났다가 동쪽으로 이동해 홈 경기를 치른 동부 지역 팀은 평균 득점이 1.29점, 리바운드 1.29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점슛 성공률도 1.2%p 하락했다.

이 수치는 동쪽으로 여행을 하지 않거나, 동부로 원정 경기를 온 팀과 비교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보스턴과 골든스테이트 간 6차전 경기에 그대로 대비해 볼 수 있다.

두 팀은 샌프란시스코에서 5차전을 치른 뒤 보스턴으로 넘어와 6차전을 했다. 5차전에서 극심한 야투 난조에 시달렸던 커리는 6차전에 대폭발하면서 팀 우승을 이끌었다.

반면 보스턴 간판 선수 제이슨 테이텀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테이텀은 야투 18개 중 12개나 놓치면서 13 득점에 머물렀다.

이 논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동부 이동’이 유독 홈팀에 더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논문 대표 저자인 조시 레오타는 “여행활동의 차이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정 경기를 떠날 때는 일정 관리를 좀 더 조직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차증을 좀 더 쉽게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번 파이널은 과학보다는 스테픈 커리를 못 막은 게 컸다"

씨넷은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면서 논문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우선 동부 여행 효과로 인해 줄어든 승률이 6%에 불과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로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홈 경기에서 평균 2.47승 줄어든 수준. 그 정도는 시차증 보다는 우연의 산물로 간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나쉬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보도자료에서 NBA 파이널 일정도 보스턴 팀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7전 4선승제인 NBA 파이널은 2-2-1-1-1 방식으로 열린다. 홈과 원정 경기를 두 경기씩 한 뒤 1경기씩 번갈아가면서 열린다. 

모나쉬는 "오히려 2-3-2로 열렸던 옛날 방식이 시차증을 최소화하는 데는 더 효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상위 시드 팀이 홈 2경기, 원정 3경기, 홈 2경기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씨넷은 "이번 연구에는 정작 플레이오프 경기 결과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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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넷은 “과학자들은 오랜 동안 시차증이 운동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앞으로 동부 비행 이후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탐구를 계속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씨넷은 “하지만 이번 NBA 파이널에선 어떤 과학도 스테픈 커리를 막지 못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