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힘만으로 우주로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6일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가 발사 전 점검 과정에서 발견된 기술적 문제로 인해 15일 오후 전격 연기됐다. 향후 일정은 유동적이다. 16일 발사는 불가능하며, 예비 일정으로 잡아 놓은 23일까지 다시 일정을 잡을 수 있을지도 불명확하다.
■ 무엇이 문제였나?
누리호는 15일 오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제2발사대로 이송되었다. 누리호를 일으켜 세워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오후 2시경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의 이상이 감지됐다.
레벨 센서는 산화제 탱크에서 발사체 추진에 필요한 산화제 충전 수위를 측정하는 센서이다. 발사체 움직임에 따라 센서 값이 변화해야 하는데, 변화 없이 동일한 값을 계속 나타내는 문제를 보였다. 산화제 레벨 센서에 이상이 생기면 추진 시간이나 속도를 예상하기 어려워져 발사체 운항에 문제가 생긴다.
센서 자체의 문제인지, 센서를 둘러싼 다른 부분의 문제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조립동에서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다가 발사장에서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센서는 국내 기업이 제작,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진은 현장에서 문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립된 누리호를 다시 눕혀 조립동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발사관리위원회는 오후 5시 이같은 결정을 승인했다.
■ 향후 일정은?
항우연은 최대한 빨리 문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나섰다. 문제의 원인을 규명할 때까지는 수리 소요 시간이나 향후 발사 일정을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체를 조립동에 옮겨 놓은 후 문제 부위를 자세히 살필 계획이다. 센서 자체의 문제인지, 센서 주변 하네스나 박스 등과의 전기적 문제인지에 따라 소요 시간은 달라질 전망이다. 터미널 박스만 교체하는 경우라면 빠르게 해결될 수 있지만, 민감한 부품에 문제가 있거나 몇가지 이상이 겹쳐 있다면 해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당초 항우연은 23일까지 발사 예비일을 잡아 놓았지만, 현재로선 이 기간 안에 발사를 재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기체 상태를 확인한 후 후속 작업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점검 일정을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센서와 전기 계통만 확인하면 될 듯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리란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국민 관심이 큰 사안인데 이런 일이 발생해 당혹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문제를 해결해야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확실히 해결하겠다"라고 말했다.
■ 누리호, 아쉬움 딛고 나아가자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1차 발사에서도 마지막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어려움이 예상됐던 1단과 2단, 페어링 분리에 성공하고 3단부가 목표 고도까지 진입했으나, 엔진 연소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되는 바람에 위성모사체를 내보내 궤도에 안착시키는데 필요한 속도를 얻지 못 했다. 결국 위성모사체는 지구 중력에 끌려 추락했다.
이는 산화제 탱크 안에 설치된 헬륨 탱크의 지지대가 풀려 헬륨 탱크가 산화제 탱크에 균열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균열된 틈으로 산화제가 누출돼 연소를 충분히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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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문제가 기술적 문제였다면, 이번엔 전기 문제가 누리호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우주 공간에 우리가 만든 위성 보내는 것은 우리가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