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넷플릭스 항소심 3차 변론 쟁점은 '무정산 합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계약 여부를 두고 2년 넘게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항소심 3차 변론에서는 '무정산 합의'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는 이용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망을 먼저 연결하고 비용은 추후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제기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민사소송 항소심 3차 변론이 이날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다. 넷플릭스는 2020년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양측이 협상으로 망 이용대가 지불 방식을 협상할 수 있다며 협상의무부존재 확인 부분은 각하하고 대기지급의무 부존재 확인은 기각한다며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SK브로드밴드도 부당이득반환청구 반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3차 변론에서 양측이 무정산 합의를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처음으로 망을 연결한 2016년 명시적인 합의 내용이 있었는지가 관건이 될 예정이다. 양측은 2015년 9월부터 망 연결에 대한 합의를 진행했으며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망을 연결했다.

■ 넷플릭스 "SKB, 2018년에 갑자기 비용 정산 요구"

넷플릭스는 2016년 망을 연결할 당시 비용 정산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무정산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8년 5월 망 연결지점을 시애틀에서 미국 도쿄로 변경했으나, 이 때에도 SK브로드밴드가 비용 정산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8년 10월에서야 갑자기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는 서로 직접적인 대가를 주고받지 않아도 사실상 정산을 한 것으로 인정하는 '빌앤킵(Bill and Keep)' 관계라고도 주장했다. 자체 구축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반 캐시 서버인 '오픈 커넥트 얼라이언스(OCA)'가 있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와 빌앤킵 관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측은 "이미 전 세계 142개국 1만4천여개 이상의 ISP가 넷플릭스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OCA를 사용하고 있다"며 "ISP는 자신의 망 내에 OCA를 분산 설치하면 트래픽을 95%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SKB "이용자 불편 해소 위해 망 먼저 연결한 것"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망 연결지점을 시애틀에서 도쿄로 옮긴 것은 넷플릭스의 트래픽이 증가해 연결 지점 변경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망 이용대가에 대한 논의로 서비스가 늦어지면 소비자 불편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일단 서비스를 시작하되 비용 문제는 나중에 합의하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 증가로 망 증설에 따른 비용을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제외한 다른 CP들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고 있으며 이를 지불하지 않는 넷플릭스가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가 개발한 OCA를 국내에 설치하더라도 국내 데이터 전송과 IDC 상면료, 전기사용료 등 비용이 드는데 넷플릭스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아무리 OCA를 잘 구축해도 백본망과 가입자망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