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부)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습니다. 또 공공 분야 정보화 사업방식을 자체 구축에서 SaaS방식의 상용SW 우선 구매로 바꾸겠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부)의 구체적 청사진이 처음 공개됐다. 고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 디지털플랫폼정부 태스크포스(TF) 팀장은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2년 한국IT서비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단계적 이행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고 팀장은 지난 3월 만들어진 디플정부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국정과제 발표로 최근 인수위가 해체됐지만 그가 맡고 있는 디플정부 TF는 다음달 10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그에 따르면, 디플정부는 3단계로 추진한다. 1단계인 기획 및 도입(윤 정부 1~2년차)때는 디플정부 특별법을 제정하고 민관협업 핵심 인프라를 구축한다.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와 국민체감 선도 프로젝트도 이때 이뤄진다. 이어 2단계(구축, 발전단계, 3~4년차)때는 정보화 사업 방식을 자체 구축에서 SaaS 방식 도입을 우선 추진한다. 또 맞춤형 서비스 기반을 확립하고 데이터 기반 행정 과학화와 민관협업 혁신문화를 정착한다. 윤 정부 5년차인 3단계(완성단계)때는 디플정부 해외 수출과 고도화에 나선다.
고 팀장은 이 같은 로드맵을 제시하며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정부 출범 3년 이내에 범정부적인 디플정부 틀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디플정부에 대해 그는 "왜 지금 디플이 필요한가?"라고 물으며 "민간은 한번의 클릭으로 (정부가) 모든 걸 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현재의 정부 시스템은 이를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 1100여 기관에서 사용하는 1만7천여 시스템이 현재 따로 노는 '칸막이 정부'라 아쉽다면서 "공공데이터 개방도 비중은 32%지만 주요 데이터 개방은 10%에 그치고 있어 '창고에 갇힌 공공데이터'"라고 해석했다.
이어 현재의 정부는 "전산화 정부지 디지털 정부가 아니다"며 "업무 시스템은 최신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하는 방식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신 예약 대란에서 보듯, 정부가 혼자 플레이로 민간의 혁신 역량을 흡수해 시너지를 못내고 있다면서 디플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 팀장은 디플정부 정의에 대해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정부와 디플 정부간 차이에 대해 "현재의 정부는 부처간 칸막이가 있는 따로따로 부처"라며 "반면 디플정부는 디지털플랫폼으로 하나가 되는 하나의 정부"라고 비교했다.
특히 그는 이날 디플정부가 추구하는 9대 기본 원칙을 소개, 시선을 모았다. 9대 원칙은 ▲민관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생태계 조성 ▲공공데이터 네거티브 원칙하에 디지털 방식 전면 개방 ▲공공서비스는 국민 관점에서 통합적, 선제적, 맞춤형으로 제공 ▲부처간 칸막이 철폐하고 디지털 플랫폼으로 하나의 정부 구현 ▲행정프로세스 재설계하고 조직문화 및 인사제도 혁신 ▲인공지능 데이터 기반으로 정부 정책결정 과학화 ▲개인정보 보호 및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용환경 보장 ▲데이터와 서비스의 민간 공유를 위한 개방형 표준 마련 ▲세계시장 선도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 등이다.
또 디플정부 3대 목표와 5대 중점 추진과제도 제시했다. 3대 목표는 ▲편안한 국민 ▲혁신하는 기업 ▲과학적인 정부다. 5대 중점 과제는 ▲국민체감 선도 프로젝트 추진 ▲선제적 맞춤형 공공서비스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반 과학적 국정 운영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 혁신 생태계 조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용환경 보장 등이다.
고 팀장은 디플정부를 구현하면 국민서비스가 어떻게 좋아지고 바뀌는 지도 ▲내집 마련을 위한 청약 통합 조회 및 신청 ▲부동산 거래 ▲청년 일자리 AI 매칭 등 3개 분야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주택청약통장은 2800만명이나 사용하고 있는데 고 팀장은 "현재는 수시로 접속하고 발품을 팔아 알아봐도 좋은 청약기회를 놓치는 일이 많다"며 "하지만 디플정부가 이뤄지면 내가 찾는 조건의 청약 기회를 민간 앱으로 추천받아 신청하고 당첨 알림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거래도 편리성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즉, 현재는 등기 이전을 하려면 3곳을 방문해야 하고 9개 사이트를 접속해야 하며 출력서류도 17종에 달하고 결제를 4번이나 해야 하는 번거러움이 따른다. 반면 디플정부가 되면 한번의 인증에 한번의 정보입력, 한번의 결제 등 한 곳에서 쉽게 등기 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디플정부는 과학적 국정 운영도 가능하게 해 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관행과 경험에 의존한 행정과 개별부처 중심 현안 해결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것이 디플정부가 구현되면 데이터 기반 디지털 국정관리 체계가 확립되고 국가현안 해결에 민관과 부처, 중앙, 지자체간 협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팀장은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플랫폼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앞으로 국가 디지털 혁신을 저해하는 법제도 개선과 디지털플랫폼정부 민관협력 혁신 인프라 구축, 국민이 원하는 데이터 전면 개방 과 활용 촉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현재는 획일적이고 물리적인 보안 체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디플정부에 대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용환경 보장이 중요하다"면서 "활용과 보안을 동시에 제고하는 새로운 신보안체계 구축과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 기반 강화, 보안역량 취약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디플정부로 대한민국이 새롭게 달라질 것이라면서 "편안한 국민, 혁신하는 기업, 과학적인 정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