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빔을 이용한 간단한 처리로 무어의 법칙의 한계를 넘는 강유전체 기반 차세대 고집적 반도체를 구현할 길이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윤석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하프늄옥사이드에 이온빔을 쬐어 강유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13일 게재됐다.
■ 강유전체 소재 반도체 적용 위한 40년 노력
강유전성은 외부 자기장 등에 의해 물체의 일부가 양극이나 음극을 띠게 된 후 이를 유지하는 성질을 말한다. 강유전성이 크면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본구조인 '0'과 '1'의 차이가 커져 저장된 데이터를 보다 정확하게 읽을 수 있게 된다.
이같은 특성을 살려 반도체 소자에 강유전체를 쓰려는 아이디어는 이미 40년 전에 나왔으나, 실제 구현되지는 못 했다. 고집적 반도체를 구현하려면 수 나노미터 수준의 얇은 막 상태에서도 물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강유전체는 50㎚ 이하에서는 강유전성이 급격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2011년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소재로 하프늄옥사이드가 제안됐다. 수 나노미터의 얇은 막 상태에서도 우수한 강유전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장을 반복적으로 인가해 강유전성을 증대하는 후처리 과정이 추가로 필요하고, 강유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공정 조건들이 복잡해 양산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 이온빔 활용, 소재 특성 높이고 공정은 단순화
연구진은 복잡한 공정 최적화 작업 없이 이온빔이라는 하나의 요소만으로 하프늄옥사이드 기반 강유전체의 강유전성을 조절하고 향상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강유전성의 발현 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산소 공공에 착안했다. 산소 공공은 산화물 재료의 결정구조에서 산소 원자가 빠져 비어있는 자리를 말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이온빔으로 산소 공공을 정량적으로 조절해 강유전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았다.
이온빔을 적용하자 강유전성은 200% 이상 증가했다. 연구팀은 강유전성 증가가 산소결함 밀도와 연계된 결정구조 변화 때문이라는 원리를 규명했다.
김윤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강유전성을 활용한 고효율 반도체 소자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현재의 방법론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실제 반도체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적 조건 탐색 등 후속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