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다양한 효용이 기대되는 준안정상 합금 신소재를 설계 및 개발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청청신기술연구본부 천동원 박사팀이 기존에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준안정상 팔라듐 수소화물(PdHx) 소재를 개발하고, 그 생성 기전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됐다.
■ 준안정상 물질이란?
대부분의 물질은 열역학적으로 에너지가 낮은 안정한 상태로 존재한다. 이와 달리 안정상으로 변화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이 매우 커서 준안정 상태로 존재하는 물질을 '준안정상(metastable phase)'라고 한다.
다이아몬드와 흑연이 대표적이다. 똑같이 탄소로 이뤄져 있지만 일반적인 대기압과 상온에서 흑연은 안정상, 다이아몬드는 준안정상으로 존재한다. 열역학적으로 에너지가 높고 불안정한 상태인 다이아몬드가 낮은 에너지와 안정한 상태의 흑연으로 변화하려면 매우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이아몬드가 다른 상으로 변화하지 않고 준안전상으로 존재하는 이유다.
그간 준안정상을 통해 새로운 성능을 갖는 소재 개발을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절삭·가공 용도의 인조 다이아몬드 합성이나 박막 증착 등이 사례다. 그러나 정확한 원리를 알지 못한 채 연구자의 경험적 방법론에 의존해 왔다는 한계가 있다.
■ 전에 없던 육방밀집구조 팔라듐 결정구조 만들다
KIST 연구진은 백금 못지 않게 촉매로서 효율이 좋고, 수소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차세대 수소에너지 핵심 소재로 꼽히는 팔라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투과전자현미경(TEM) 액상 셀 내부에 수소가 충분한 수소분위기를 조성하고 팔라듐 결정을 성장시켜 육방밀집구조라는 새로운 결정구조를 갖는 준안정상 팔라듐 수소화물을 직접 합성했다. 충분한 수소 공급으로 인해 나노 단위에서 육방밀집구조가 형성됐고, 불충분한 팔라듐 공급은형성된 결정구조가 안정적인 육방체 구조로 바뀌는 것을 막았다.
TEM의 전자빔 량과 액상 셀 내부 합성용액의 팔라듐 전구체 농도 변화에 따라 액상 셀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팔라듐 수소화물의 결정구조 및 수소함유량을 분석,
준안정상 팔라듐 수소화물 형성이 촉진되는 환경을 찾은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준안정상 팔라듐 수소화물은 안정상 소재보다 열안정성이 높고, 수소저장 성능도 2배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2차원 전자현미경 이미지들을 3차원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원자분해능 전자토모그래피 분석법으로 나노미터 크기의 금속 수소화물 결정을 원자 수준에서 분석했다. 그 결과 3차원 구조의 준안정상 팔라듐 수소화물이 열역학적으로 안정적임을 증명했다.
■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소재 개발 방법론 제시
이를 토대로 안정상 중심의 소재 개발 연구가 주종을 이뤄온 학계에 새로이 준안정 소재 개발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향후 팔라듐 외에 리튬 등 다른 경량원소로도 준안정상 소재를 합성하는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촉매나 수소저장 소재 등 준안정상 기반 친환경 에너지소재 개발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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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원 박사는 "새롭게 개발한 준안정상 소재합성방법론으로 경량원소가 포함된 합금신소재 개발의 중요한 원천 기술을 마련하게 됐다"라며 "현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술이 된 실리콘 단결정 성장 기술(초크랄스키 공정)처럼 새로운 소재 혁신의 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 및 KIST 미래원천청정신기술 개발 사업으로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