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업계가 배럴당 130달러로 치솟은 초고유가 상황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0% 수준인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해 물가 상승과 국민의 유류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일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고유가 대책으로 알뜰주유소 확대보다 유류세 추가 인하가 더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제도”라며 현행 20%인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늘려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석유유통업계는 유류세 추가 인하 시 최대한 신속하게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기름값 안정과 국민부담 완화라는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할 것을 국민께 약속드린다”며 “정부도 일정부문 세수 감소를 감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물가안정을 위해 4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유류세 20%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한 탓에 주유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30달러대를 돌파했다. 국내 원유 수입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도 지난 2일(현지시간) 110.05달러로 치솟았다.
이에 따른 여파로 휘발유 가격 역시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하자 전국 주유소 평균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1천807원에서 1천717원으로 낮아졌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1월 1천622원까지 떨어졌다가가 9주 연속 상승 중이다. 7일 전국 주유소의 평균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1천828원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를 한다고 해서 주유소 마진이 느는 것도 아니다"면서 "(문제는)유류세에 따라 주유소 간 경쟁이 더욱 심화해 결국 업계가 제살 깎아 먹는 형국이 돼버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주유업계는 리터당 마진이 60~70원에 불과한데 최근 잇따른 유가 상승으로 수요가 줄어 매출 규모가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기간을 4월 말에서 7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현재 20% 수준인 유류세 인하율을 법정 최대인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경우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세수감소분과 국제 유가상황 등 복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아 현실화는 장담하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유류세를 20% 인하하면 세수는 한 달에 4천500억원이 감소한다. 인하율을 30%로 올리면 세수 감소는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 역시 현재는 고공행진 중이지만 러시아 사태의 상황에 따라 다시 안정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는 추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확대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