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제, 어떻게 의견을 바꿀까? 새로운 정보를 얻은 경우에, 또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기대로 인해 의견을 바꾸는 것이 보통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연구진은 사람이 사회적 영향에 의해 의견을 바꾸는 경우와 새로운 정보를 얻어 의견을 바꾸는 경우에 뇌의 활동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3일(현지시간)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실렸다.
실험 참가자들은 스크린에 나타나는 점의 위치를 기억하는 컴퓨터 게임을 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자신의 답에 얼마나 자신 있는지를 스스로 평가했고, 컴퓨터 인공지능 또는 실험 전 만난 다른 참가자의 답을 본 후 자신의 평가를 수정할 수 있게 했다.
■ 정보 vs 관계, 뇌에 다른 활동 일으켰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비로 이들의 뇌 활동을 측정했다.
자신의 답에 대한 자신감이 낮은 경우, 의견을 제시한 상대방이 컴퓨터이건 사람이건 상관 없이 상대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컸다. 연구진은 이때 뇌 속 배측전방대상피질(dACC, 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에 활동이 일어남을 확인했다. dACC는 사회적 관계를 담당하며, 고통이나 불안, 질투 등을 느낄 때도 활성화되는 영역이다.
또 상대방이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의견이 자신과 같을 경우 상대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이 더 컸다. 상대가 컴퓨터라고 생각할 경우에는 이같은 의견 동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dACC 활동 역시 상대가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에만 관측됐다.
단지 정보를 받아들여 의견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상대가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상관하지 않았다. 반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한 다른 사람에 대해 상호적으로 반응하는 사회적 관계는 상대가 사람일 때에만 일어난 것이다.
■ 인간과 인공지능 관계 이해 첫 걸음 기대
상호적 의견 동조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에 대한 신경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사회적 동조 압력이 강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경우 등에 유용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알리 마무디는 "뇌의 dACC는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의 중요도를 따지는 역할을 한다"라며 "정보를 다룰 때는 사람과 인공지능의 의견을 비슷한 비중으로 다뤘으나, 사회적 규범을 다룰 때에는 인공지능의 의견에 비중을 두지 않음을 뇌에서 나타난 신호를 통해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AI에게도 법적 권리? 언제·왜 필요해질까2021.09.24
- 노래에 반응하는 뇌 영역 따로 있다2022.02.23
- 메타버스 규제하는 메타버스산업 진흥법안2022.01.21
- 월드 랠리서 만난 현대차 vs 토요타…"여기선 빠른 제조사가 1위"2024.11.22
이번 연구는 향후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 정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기술 발달과 함께 조만간 자율주행 차량 등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면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행동 규범도 새롭게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정보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할 때에는 사람과 인공지능을 구별하지 않지만, 사회적 관계가 개입되면 사람에 대해서만 상호작용하는 인간 뇌의 활동에 대한 이해는 이같은 규범을 만들어가기 위한 첫 단추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