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음원·건물 ‘조각투자’ 각광…"이것 알고 투자해야"

[이슈진단+]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테사''카사' 적법성 뜯어보니

인터넷입력 :2022/02/20 12:15    수정: 2022/02/21 10:45

미술품·부동산·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등을 분할해 매매할 수 있는 ‘조각 투자’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다. 조각투자란 여러 명의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조각처럼 쪼개 갖는 신종 투자 방식이다.

소액으로도 고가 상품의 소유권을 분할해 보유하고, 거래를 통해 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 신개념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 제도로부터 벗어나 있어 투자자 보호에는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플랫폼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현행법 상 허용되지 않은 부분을 특례로 인정받아 서비스를 영위 중이어서 이용자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뮤직카우

■ 뮤직카우, 저작권법상 문제는 없지만 투자자 보호는 ‘글쎄’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뮤직카우’는 저작권법상 문제는 없다.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건 음악 저작권 자체가 아닌, 뮤직카우가 자체 고안해낸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이며, 이는 양도·매매가 가능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은 저작권의 일부인 ‘저작인접권’과 ‘저작재산권’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뮤직카우는 자회사 뮤직카우에셋을 통해 원저작권자에게 해당 권리를 사들여 분할한 뒤 플랫폼 ‘옥션’에 공개, 회원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한다.

이용자는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을 매매해 구매한 지분 비율로 저작권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으며, 이를 마켓에서 판매해 구매가와 판매가 차액만큼 이익, 혹은 손실을 낼 수도 있다. 저작권 관련 단체는 현행법상 저작인접권과 저작재산권은 양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뮤직카우가 개발한 저작권료참여청구권 거래 사업 모델도 저작권법상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뮤직카우 앱에는 한국저작권보호원 인증 마크와 함께 ‘저작권법령 준수 및 합법적인 서비스 OK’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지난 16일 ‘어떤 근거로 뮤직카우 서비스를 합법적인 서비스라고 판단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뮤직카우는 2019년 6월 26일 저작권 OK로 지정됐다”며 “저작권자(개별 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통해)로부터 적법하게 곡의 권리를 구매(계약)하고 회원들에게 경매 방식으로 판매한 이후 음원 수익을 비율에 따라 정산하고 있어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서비스’하는 지정 대상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저작권법 부문 검토 결과, 저작재산권자 및 저작인접권자들은 뮤직카우에 저작재삭권 등을 양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저작물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만을 양도한 것”이라면서 “정당한 권라지와 계약하기만 했다면 저작권법상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 역시 같은 질문에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것은 저작권 자체가 아닌, 저작권 사용료 채권이고, 이는 일반적으로 계약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 저작권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뮤직카우 사업 모델은 자본시장법상 제도화 되지 않아 투자자 보호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뮤직카우는 현재 전자상거래업 및 통신판매업자로만 등록돼있을 뿐, 저작권료참여청구권 거래는 금융당국 규제에는 적용받지 않고 있지 않다. 뮤직카우가 앱상에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은 예금보호상품이 아니며,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다”라고 못 박은 이유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성 검토위원회’는 지난 9일 첫 회의를 열고 뮤직카우가 자본시장법상 증권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위원회가 결론을 내리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공식 발표된다.

한편, 지난해 3월 뮤직카우는 금융위 규제 예외, 면제 등 특례를 적용하는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지정을 신청한 상태나,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지난해 3월 26일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따른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되기 위한 수요조사를 신청해,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뮤직카우 측은 “통신사업자에 해당해 현행법 상 가능한 최대의 이용자 보호 정책을 전개 중”이라며 “뮤직카우는 운영 기업 신용 위험이 저작권료 정산 업무에 전이되지 않도록 100% 자회사인 특수목적법인 ‘뮤직카우에셋’을 설립, 저작권료 청구권과 저작재산권에 대한 권리 관리를 플랫폼 운영과 분리해 별도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뮤직카우는 “뮤직카우에셋은 파산 또는 폐업의 위험이 없는 특수법인으로, 만에 하나 플랫폼이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지급 의무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저작권 신탁자인 뮤직카우에셋이 채무를 연대해 이행하거나 인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테사 뱅크시 작품 ‘러브 랫’

■ 테사, 고가 미술품 분할 소유 가능…금융상품판매업자는 아냐

아트테크 플랫폼 ‘테사’도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아닌, 통신판매중개자로 등록된 사업체다. 테사는 고가의 미술품을 최소 1천원부터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미술품 투자 플랫폼이다.

테사는 마르크 샤갈, 뱅크시, 루치오 폰타나 등 유명 화가의 다수 작품을 매입하고 소유권을 분할해 이용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테사는 블록체인 분산 원장 특허 기술 통해 해킹,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고 작품 소유권 현황, 거래 이력, 양도 현황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테사 이용자는 미술품을 매각해 수익을 얻거나, 개인간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작품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투표를 통해 소유권자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작품 소유권 보유 지분에 비례해 수익이 정산된다. 또 테사 내 마켓에서 다른 이용자에게 자신이 보유 중인 분할 소유권을 판매하거나, 다른 이의 소유권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한편, 테사에서 구매한 미술작품은 서울시 성동구 ‘테사 뮤지엄’에 전시돼있다.

사실상 투자성 상품임에도 테사는 금융상품판매업이 아닌 통신판매중개자로 분류된다. 테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테사 서비스 내 마켓플레이스 거래 당사자가 아니며, 사용자가 등록한 상품정보 및 거래에 대해 테사는 일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상품판매업을 영위하려는 자는 예금성 상품, 대출성 상품, 투자성 상품 및 보장성 상품 중 취급할 상품의 범위를 정해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상품판매대리, 중개업자 업무 수행기준과 인력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테사 측은 “미술품 작품을 테사가 100% 매입한 상태에서 공동 소유 형태로 계약을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금융위 제재를 받는 ‘금융상품판매업자’로 등록돼있지 않다”며 “테사는 투자자들에게 모금 받아 미술품을 사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 교수는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아니더라도 투자성 상품 거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암호화폐 거래 시장도 그간 금융 거래로 등록되지 않아왔다. 대부분 일종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등록하고, 통신판매업자로 거래를 했다”며 “정부도 암호자산 관련 투자 플랫폼을 금융 상품, 화폐 (거래)로 취급하지 않았고, 주무부서도 없고,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특히 암호자산에 대한 규제가 잘 정립이 안 돼 있어, 대부분 통신판매사업자로 등록해놓고 사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카사 역삼 런던빌

■ 카사, 5천원단위로 빌딩 지분 투자 가능…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부동산 간접 투자 플랫폼 카사는 ‘디지털 수익증권(DABS)’를 발행해, 개인이 건물 지분 일부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한다.

이용자는 5천원 단위 소액의 부동산수익증권을 주식처럼 사고팔아 매매 차익을 얻거나, 분기별 임대 수익, 건물 매각 시 차익도 얻을 수 있다. 현재 카사에는 역삼 런던빌, 서초 지웰타워, 역삼 한국기술센터 총 3개 건물이 상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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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카사는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정식 인가를 받아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카사는 특례를 통해 부동산신탁계약 디지털증권의 증권성, 거래소 허가 규정에 대한 예외, 투자중개업 인가에 대한 예외 등을 인정받았다.

카사 관계자는 “카사는 다른 투자 플랫폼과 비교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정식 인가를 받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장 건물 소싱부터 공모와 청약관리, 상장 이후 증권거래 및 수익 지급까지 모든 과정을 전문 기관과 협업해 '투자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